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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26일 “찰스 다윈을 성공시킨 힘” <조숙경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에너지공학부 교수>
서재를 정리하다 우연히 책 한 권을 발견했다. 오래 전 사두고 읽지 않아 이제는 누렇게 변해 버린 책의 제목은 <찰스 다윈: 인간 다윈과 다위니즘>으로 1988년에 출간된 책이었다.
처음 몇 줄을 읽어 내려가니 “처음에는 헨슬로(Henslow)가 있는 곳에 반드시 다윈이 그림자처럼 있었는데, 나중에는 다윈이 있는 곳에 반드시 헨슬로가 있다”는 말로 바뀌게 되었다는 구절이 나왔다. 무슨 말인지 궁금해서 단숨에 책을 읽게 되었다. 책에는 다윈의 어린 시절과 다윈이 헨슬로 교수를 만나게 된 사연, 그리고 그를 만나 다윈의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연대순으로 잘 정리되어있었다. 다윈은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호기심이 많았으며 동물을 사랑했다.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것을 좋아하던 다윈에게는 틀에 박힌 학교생활이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다윈이 전문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희망했던 의사 아버지는, 다윈을 에딘버러 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도록 했다. 하지만 다윈은 마취제 없이 수술해야만 하는 환자들의 고통 소리를 듣다 못해 학교를 뛰쳐나와 버렸다. 그러자 다윈이 아버지는 이듬해 다윈을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신학과에 입학하도록 했다. 다윈은 여전히 공부에 흥미를 갖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기적처럼 나타난 사람이 바로 헨슬로 교수다. 헨슬로 교수는 다윈이 유일하게 관심을 두고 좋아하던 식물학 교수였다. 다윈은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다녔다. 탐사도 가고 식물채집도 가고 그의 집에도 갔다. 그런데 헨슬러 교수는 다윈이 아무리 하찮고 한심한 질문을 해도 쓸데없다고 비난하지 않았고,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헨슬로 교수는 방황하며 실패자가 될 수도 있었던 20대 청년 다윈에게 식물학과 지질학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며 비글호 탐험에 도전해보라며 진로도 안내해주었다. 나중에 한 편지에서 다윈은 “헨슬로 교수야말로 정말 위대한 리더이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쓰고 있다.
만약 다윈이 헨슬로 교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자연선택이라는 진화론을 주창하며 생물학의 아이콘이 될 수 있었을까? 귀찮게하는 다윈을 물리치지 않고, 오히려 다윈의 재능을 알아봐 주고 또 그 재능을 발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격려해준 헨슬로 교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다윈은 진화론을 출간할 수 있었을까? 사실 과학의 역사는 수없이 많은 만남의 역사이고 우연의 역사다. 다윈에게 헨슬러 교수가 있었듯이 오늘 우리는 누구에게 헨슬러 교수가 되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