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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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25일 “한민족 디아스포라, 고려인 광주 진료소” <이태민 정형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이태민입니다.

 

 얼마 전, 81주년 광복절이었습니다. 늘 소중하고 가슴 깊이 간직해야 할 날이지만, 올해는 유독, 광복절을 둘러싼 여러가지 사회적 논란과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광복은 단순히 빼앗겼던 나라를 다시 되찾은 역사적 사건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나라를 잃었던 시간동안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 후손들의 삶까지 기억하는 것 역시,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고 간직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서는 고려인 동포들을 위한 무료진료소가 열립니다. 고려인은 19세기 후반부터, 러시아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해 살아간 한인들과 그 후손들입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이들은 1937년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약 17만명 정도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해야 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등 수만리 낯선 땅에 흩어져 살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을 고려 사람이라 부르며 한민족의 뿌리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그 후손들이 다시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하여 삶의 터전을 잃은, 고려인 동포들의 귀환도 이어졌습니다. 광산구 월곡동은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고려인 정착 지역입니다. 이곳에는 7천여명의 고려인 동포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돌아왔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와 일자리, 체류 문제, 그리고 의료와 교육까지, 새로운 고향에 정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고려인 후손들이 5세대를 넘어가면서, 우리의 말을 미처 배우지 못하고 러시아어만을 쓰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비자 문제나 건강보험 문제로 인해 필수적인 의료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꽤 많습니다.

 

 그래서 광주의 뜻있는 의료인들이 모였습니다. 2018년 3월 1일, 삼일절에 고려인 광주진료소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의사와 한의사, 약사, 간호사 등 여러 보건 의료인들이 각자의 일을 마치고 이곳으로 모여 무료 진료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 역시 5년여 전부터 진료소 운영을 맡아오고 있습니다. 많은 선배들의 헌신과 노고를 이어받아 조금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진료를 만들기 위해, 기존의 의료인들 중심에서 보건의료 관련 대학의 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광주 지역의 6개 대학이 참여하는 전문화된 봉사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진료소가 처음 문을 열었던 때와 비교하면 참 많이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도, 필요한 도움도 많습니다.

 

 광복은 1945년 8월 15일 하루에 끝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라를 잃어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돌아 다시 이 땅에서 자신의 뿌리를 찾고,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 그 것 역시 우리가 오늘의 광복을 기억하는 한 가지 방법이 아닐까요. 이 땅을 어쩔 수 없이 떠났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바랐던 나의 나라의 모습일겁니다. 오늘 하루, 그들이 바랐던 나의 나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