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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7일 “책이 공간을 만나면, 도시의 문화가 된다” <김현희 글로컬정책연구원 이사>
책을 위한 공간이라고 하면 우리는 먼저 도서관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앞으로의 책 문화는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기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책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전시하고, 배우고, 연구하고,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 가능성을 바로 라키비움(Larchiveum)에서 찾을수 있습니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 박물관(Museum)의 영어 합성어로 기능을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시민 기증도서를 기반으로 한 라키비움은 책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기록과 문화가 함께 축적되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렇다면 최근 시민사회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전남광주 책박물관은 반드시 하나의 큰 건물이어야 할까요. 오히려 지역 곳곳에 존재하는 공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학교가 문을 닫은 폐교나 원도심의 유휴공간에 책과 교육, 문화가 들어선다면 공간의 기능을 새롭게 살릴 수 있습니다. 책 박물관을 하나의 건물로만 바라보지 않고 지역 전체를 연결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공간만큼 중요한 것이 운영의 주체입니다. 시민이 책을 기증하고, 책에 담긴 사연과 지역의 기억을 기록하며, 다시 시민이 프로그램을 만들고 참여한다면 책박물관은 행정이 만들어주는 시설을 넘어 시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미래의 라키비움은 디지털 기술과도 연결됩니다. 오프라인 자료를 디지털로 연결하는 전자 라키비움, 공공재와 공유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제 라키비움, 친환경적 운영을 강조하는 생태 라키비움이 그것입니다. 이는 책박물관의 미래가 단순히 많은 책을 모으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중요한 것은 책과 기록을 디지털로 연결하고, 시민이 함께 이용하며, 공간과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공간에는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도 담겨야 합니다. 다문화가족의 모국어 책이나 이주와 정착의 기록, 자녀들의 독서 경험 역시 지역의 문화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별도의 복지 대상으로 분리하기보다는 지역의 다양한 삶을 기록하는 시민의 한 부분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폐교가 책과 문화가 만나는 공간으로 바뀌고, 시민의 서재가 지역의 기록으로 남으며, 디지털 기술이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도시. 그것이 라키비움이 만들어갈 새로운 책 문화일 것입니다. 책을 모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으로 공간을 살리고, 공간을 통해 지역의 기억과 문화를 이어가는 것. 책 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곳, 라키비움 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