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의견

본인이 싫으면 떠냐야....쩝 등록일 : 2011-08-10 00:00

'작업공간'문제로 발단… 프리랜서 신분 고용 불안 사측 "1명만 해고했을 뿐", "처우 개선 노력하는 중" 굵은 빗방울이 쉴새없이 쏟아졌다. "예정대로 진행할 거냐"는 물음에 그들은 "강행한다"고 했다. 9일 오후 1시 광주 남구 월산동 광주MBC 사옥 정문 앞. '일방적인 해고 철회하라' '여성 작가의 지위를 개선하라' '여성 작가의 업무환경을 개선하라' 등이 적힌 손 팻말을 든 여성 작가들이 약속대로 기자 회견을 시작했다. 비장한 결심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광주MBC 구성작가들이다. 작가 10명과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민우회, 언론시민연합, 진보연대 등 지역 1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모두 50여명이 모였다. ▲ 광주MBC 구성작가 10명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50여명이 9일 오후 광주MBC 사옥 앞에서‘부당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조홍복 기자 이들은 "광주MBC는 여성 작가들에 대한 일방적인 집단 해고를 즉각 철회하고 이들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정재경 작가는 "여태 보이지 않던 차별이 이제 보이는 차별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며 "광주MBC는 지역의 공영방송 책무를 저버렸다. 선처를 바라지 않는다. 사측은 상식과 원리를 회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광주MBC가 지난 1일 작가 9명을 일방적으로 구두 계약 해지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사측은 이들의 회사 진입을 차단했다. 김인정 작가는 "'책상'에 돌아가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사측의 '구두 계약 해지 통지'는 방송 프리랜서(자유 계약자) 작가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불편한 장면"이라고 했다. 현재 광주MBC 작가는 모두 15명. 정규직인 PD와 달리 이들은 모두 프리랜서로 비정규직 신분이다. 비를 맞으면서까지 이 공영방송 작가들이 이렇게 집단 저항에 나선 이유는 뭘까. ◆집단 저항 나선 작가들 발단은 '책상'에서 비롯됐다. 광주MBC는 지난달 4일 사내 업무 환경을 개선했다. 작가들과 PD가 함께 근무하는 4층 편성국 책상을 교체했다. 문제는 정규직인 PD와 간부 직원들의 책상과 비정규직인 작가·리포터·FD의 책상이 달랐다는 점이다. 공간도 나뉘었다. 작가들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되었다고 했다. PD들 책상은 한눈에도 작가들 것보다 훨씬 큼직하고 넓었다. 반면 작가들의 책상은 도서관 책상처럼 비좁았다. 작가들은 "여성 작가들이 PD와 인격적으로 차이가 있냐"며 사측에 따졌다. 이들은 "뒤쪽에 앉은 작가와 등을 맞댈 정도로 공간이 비좁아졌고, 책상에 수납공간도 사라졌다"며 "아이템 발의와 기획, 원고 작성, 섭외 등의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환경이 극도로 열악해졌다"고 사측에 개선을 요구했다. 김인정 작가는 "업무공간과 책상형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사측은 (우리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막말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부장이 술에 취한 채 작가들에게 "자리 문제로 시끄럽게 굴면 작가들을 자를 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말' 사과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당한 감정상의 대립까지 겪었다. 이후 작가들의 개선 요구가 받아지는 듯했으나 결국 '해고'로 돌아왔다고 작가들은 말했다. 광주MBC는 인력 구조상 담당PD와 작가로 구성된 최소 인력이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한다. 음악·편집 담당이 따로 없다고 한다. 기획·취재·편집·음악·녹화현장관리·출연자관리·상품관리·행정업무 등을 PD와 작가가 해내고 있다. 그만큼 작가들의 비중이 막대하다. 그러나 비정규직 신분이기 때문에 노동 강도에 비해 고용상의 지위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4대 보험 미가입, 고용 불안 등의 불이익과 차별을 당하는 게 사실. 내재된 불만이 이번 '책상 파동'으로 폭발하고 말았다. ◆"본인이 싫으면 떠나야" 광주MBC는 "지난 1일 해고한 작가는 1명뿐"이라며 "그 해고된 작가에 동조한 동료 작가들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고 했다. 이연수 광주MBC 편성제작국장은 "주무 국장이 수차례 개선을 약속했지만, 그전에 작가들이 집단행동으로 맞서 당혹스럽다"며 "자리 배치와 좁은 책상 문제로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은 공영방송 작가들의 바른 행동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방송 작가는 프리랜서로 프로그램이 개편되거나 본인이 싫을 경우 그만둘 수 있다"며 "지상파 3사가 모두 이런 프리랜서제도를 두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들은 방송사를 자유롭게 오가며 일한다"고 했다. 그는 "서울MBC의 경우 작가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고 달랑 테이블 하나가 있을 뿐"이라며 "이에 비하면 광주MBC는 작가들의 처우 개선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 국장은 "상당수 작가들이 업무에 복귀하고 있는데다 추가 작가 채용 공고를 냈기 때문에 프로그램 제작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30여분간의 회견을 마친 작가들은 진정을 내려고 곧장 국가인권위원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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