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의견

난장을 시청하는 지역 시청자로서 정말로 난장 프로그램 폐지에 반대합니다 등록일 : 2017-06-06 17:11

이름 그대로 지역 문화의 장場으로써 기능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문화콘서트 난장亂場 입니다. 문화콘서트 난장은 2011 방송 대상을 수상할만큼 의미 있고 영예로운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 프로그램이 존폐의 위기에 처했습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 본론에 앞서 몇 가지 넋두리를 좀 늘어놓을까 합니다. 나는 지역민입니다. 서울은 몇 번 가본적도 없습니다. 나를 더 길게 소개하면 "서울"을 꿈꿨으나 밀려난 "서울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이겠지요. 흔히들 한국은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으로 양분되어 있다고들 하니 말입니다. 서울과는 눈도 못 마주쳐 본 덕분에 나는 주류 문화에서 한 발짝 뒤쳐져 있습니다. 지역민의 자격지심에서가 아니라, 온 몸으로 온전히 겪은 설움입니다. 문화 인프라의 보급이 다른 곳보다 눈에 띄게 저조한 이 지역에서, 나는 서럽습니다. 아무리 욕해봤자 서울은 한국인이 꾸는 꿈입니다. 꿈에서 깰 때 누구나 항상 설움과 그리움을 가지듯이, "서울이 아닌 곳"에 사는 이들은 대개 상기한 이유로 이유 모를 설움과 그리움을 가질 것이라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제겐 난장은 단비와도 같은 프로그램입니다. 나는 "서울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지역민으로서, 이 프로그램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서울에 올댓뮤직과 ebs 공감이 있다면, 여기 광주에는 난장이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말입니다. 끊임없이 서울에서 밀려나는 역마살이 찍힌 지역민의 입지에서 바라봤을때, 난장은 서울과의 교류의 場이라는 도구를 넘어, "서울이 아닌 곳"에 거주하는 이들도 주체가 된 문화 주체들의 場이라는 자랑스런 직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이 아니라,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 됨으로써, 지역 문화 성장의 자양분이 될 어떤 이들에게는 희망이 되었을 수도 있지요. 극히 지엽적인 의견이나, 누군가에게는 난장이 문화시장의 물질적인 재생산 가능 여부를 떠나, 문화를 시장이 아닌 문화 자체로 보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슴 한 켠 어떤 자랑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워낙 각박한 세상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모두 다른 방식으로 난장을 하나 같이 사랑했던 모든 이들은, 곧 난장 콘서트의 폐지 소식을 듣게 될 겁니다. 광주MBC는 게시판 한 군데에 조그맣게,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개편(내지 혁신)을 통해 더 나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두었습니다. 뉴스를 뒤져보니 경연의 도입이나, 포맷의 대대적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청천벽력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정통의 소실이라는 허울 뿐인 이유가 아닙니다. 난장이 유지될 수 있게 어금니 역할을 한 무언가를, 영영 잃어버릴 듯한 느낌 때문입니다. 물론 이제 음악 교양 프로그램이 설 자리가 작디 작은 것은 알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프로그램들에 밀려, MSG 없는 음식들이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것과 같은 이유겠지요. 그렇지만 나는 자연의 먹거리만을 추구하는 고집스런 성격이 아님에도, 종종 밍밍한 맛의 마늘 조금 두른 나물이 생각이 납니다. 나와 같은 소시민들은 그들이 띈 계급적인 한계로, 이런 담벼락에 한숨 띄어놓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참 가슴이 아픕니다. 누군가에겐 프로그램의 폐지가 잠시의 아쉬움으로 남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그들이 달릴 큰 대로변 하나가 사라질 소식이 다가간다 생각하니, 서럽지 못해도 더 서럽기도 합니다. 때문에 나는 난장의 개편에, 난장의 폐지에 반대합니다. 항상 모든 것들이 의미 있는 파장을 줄줄이 띄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좋습니다. 결국엔 찾아오는 단비처럼, 목을 축일 오아시스가 어딘가엔 꼭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나는 난장을 시청하는 지역 시청자로서, 문화콘서트 난장亂場 폐지에 반대합니다. 장날 거리에서 떠드는 잡상인의 말이라 생각치 마시고, 한번만 더 심려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길고 고집스런, 뒤죽박죽인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6/06 지역 거주민 배상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