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만 열여섯의 나이로 5.18 민중항쟁에 참여해
시신 수습을 도왔던
박정철 씨가 숨졌습니다.
박 씨는 5.18 때 입은 정신적 상처와
역사를 왜곡하는 주장들을
견디기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만 16살, 고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5.18 민중항쟁 당시
상무관에서 시신 수습을 도왔던 박정철 씨.
항쟁 마지막날인 27일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했던 박 씨가
39년이 지나 광주 한 야산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계엄군에 구속돼 모진 고문을 받았던 박 씨는
동지들 사이에서 '막내 시민군'으로
불렸습니다.
(인터뷰)이흥철/5.18민중항쟁 구속자회 사무처장
"활동했던 사람들로써는 거의 막내. 지금 현재 80년 (5.18민중항쟁이) 39년이 됐고, 40년에 접어들지만 지금까지도 막내라고는 항상 붙여져요."
계엄군의 총탄에 시민들이 스러지는 것을 본
박 씨는 평소 아들들에게
'당시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든 민중항쟁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39년 전의 상처를 의연하게 이겨왔던 박씨는
최근 5.18 역사 왜곡이 심해진 이후
몹시 힘들어 했다고 유족들은 말했습니다.
(녹취)유가족/
"5.18 자체를 부정하는 그런 일들이 생기면서 요즘에는 명단(공개)시위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에 대해서 제가 잘못됐다고 하진 않는데, (아버지는) 자체를 부정하는 채로 그런 시위들이 이루어지고 하니까 후회를 좀 많이 하셨던 것 같습니다."
'막말 논란'을 빚은
자유한국당 공청회가 있었던 지난 2월에는
생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상경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전화 인터뷰)명지원/광주 트라우마센터장
"일상에 적응해서 살려고 해도 자꾸 80년으로 소환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거든요. 그때의 죽음과 같은 고통과 기억으로 다시 매번 소환당하면서 사시는 것이죠. 그러니까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가고 사신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반복되는 가해자들의 발뺌과
5.18을 모독하는 거짓 주장들이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ANC▶
◀END▶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