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故 김재순은 왜 파쇄기에 올라야만 했나

우종훈 기자 입력 2020-05-28 07:35:00 수정 2020-05-28 07:35:00 조회수 3

(앵커)

중증 지적장애에도 청년 노동자 김재순 씨는

위험한 파쇄기 업무를

왜 혼자 해야만 했을까요?



일손이 필요한 회사에 장애를 고려한 업무배치는 사치였고,



김 씨를 보호할 제도적인 뒷받침은 없었습니다.



우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중증 지적 장애가 있었던

26살 청년 노동자 김재순 씨.



김 씨는 지난 2018년

폐목재 재활용 업체에 들어가기 전까지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만 일했습니다.



취직 후 김 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할 때와 달리

일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자주 털어놨습니다.



다른 일을 배우겠다며 1년 만에 그만뒀지만

3개월 뒤 다시 돌아갈 곳은

재활용 업체뿐이었습니다.



(녹취)故 김재순 지인/

"거기(재활용업체) 간 뒤로는 힘들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왜냐하면 일단 너무 늦게 끝나니까. 자기가 일 못하면 뭐라고 한대요. 그러면 자기가 혼잣말로 '아, 내가 장애인인데 그러니까 잘 모를 수도 있지 그걸로 성질 내고' 그랬다고 합니다."



회사는 김 씨의 몸이 불편한 사실을 알았지만,

10인 규모의 영세사업장에서

장애에 대한 고려는 없었습니다.



위험에 대한 인지능력이 부족한

중증 지적장애인이었지만, 김 씨는

합성수지를 파쇄하는 업무를 계속 맡았습니다.



지원자가 적은 재활용 업계에선

장애인과 외국인 등을 고용하고

위험업무를 시키는 것이 흔한 일입입니다.



(녹취)OO재활용업체 관계자/(음성변조)

"애가 그래도 참 착실하고 좋은 애입니다. 말이 없어요. 시키는대로 하는 쪽이에요. 일을 하냐 안 하냐가 중요하지. 어찌보면 장애인도 거동 불편한 장애인도 계시면 채용해야 할 마당인데, 꼭 그런 것을 우리가 따지지는 않죠."



업무 현장의 안전을 사전 점검하고

위험 업무에서 배제할 수 있게 하는

장애인고용공단의 지원제도가 있지만

김 씨는 예외였습니다.



당사자나 부모, 업체의 신청이 없으면

지원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광주*전남의 8만 4천여 명 장애인 중

근로지원을 받는 이는 23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정성주/광주 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

"그런 제도가 있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참 희한한 게 그런 제도를 다 (장애인의) 신청주의라서."



월급 받는 날엔 홀로

고기 사먹는 게 유일한 사치였다던 김 씨.



일손이 부족한 회사와

신청을 안했다고 무심했던 사회의 묵인 속에

20대 청년은 일터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MBC뉴스 우종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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