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사자' 바람이 장가간 날

김철원 기자 입력 2023-10-25 09:37:29 수정 2023-10-25 09:37:29 조회수 2

(앵커)
앙상하게 말라 '갈비사자'로 불렸던 바람이가
청주동물원으로 거처를 옮긴 지 석 달여 만에 장가를 갔습니다.

그동안 건강도 많이 회복됐고, 
다행히 새로 맞은 짝꿍과도 잘 어울렸다고 하는데요. 

MBC충북 이병선 기자가 바람이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문이 열리자 방사장으로 나온 암사자 도도.

잠시 멈춰 서서 주위를 살피더니 
먼저 나와 있던 '갈비사자' 바람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겁에 질린 듯 뒷걸음질치며 
황급히 달아나는 바람이를 도도가 쫓아가고, 

서로 으르렁대지만 
발톱을 드러내며 공격하진 않습니다.

호기심 많은 도도가 먼저 접근하면
소심한 성격의 바람이가 피해 가며 울부짖기를 몇 차례.

하지만 이내 경계를 푼 듯 가까이 마주 보고 앉았습니다. 

* 김정호/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바람이가 혼자 오랫동안 있다 보니까 다른 사자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것으로 보여져요. 처음에 도도가 다가서니까
도망가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볕도 들지 않는 비좁은 콘크리트 사육장에서
삐쩍 말라가던 바람이는 석 달 전 청주동물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때는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앙상하게 말라
'갈비사자'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그 별명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살이 붙으면서 건강도 되찾았습니다. 

원래 무리생활을 하는 사자의 습성을 고려해 
암컷과 합사를 시켰습니다.

* 김정호/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
"창살을 통해서 계속 마주보기를 했거든요. 
물리적으로 접촉은 못하지만 계속 쳐다보고 냄새 맡고
그렇게 계속 마주보게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바람이는 사람 나이로 백 세 가까운 고령인데다,
도도 역시 병 때문에 자궁을 적출한 상황이어서 
번식까지 염두에 둔 건 아닙니다. 

밤에는 각자 사육장에 머물다, 
낮에만 방사장에서 함께 머물게 되는데,
조만간 관람객들도 두 마리가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청주동물원은 전시도 하지만, 
나이 들고 아픈 동물들을 보살피는 특별한 역할도 합니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바람이가 새 짝과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수 있기를
이곳 동물원 가족들은 
바라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병선입니다."


#청주동물원 #갈비사자 #바람이 #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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