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분담금'으로 방송 공영성 잡는 독일

김철원 기자 입력 2023-11-08 16:27:19 수정 2023-11-08 16:27:19 조회수 3

(앵커)
언론의 입지가 탄탄한 걸로 손꼽히는 독일도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건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독일 지역 언론은
여전히 굳건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시대, 지역 언론의 역할을
원주문화방송 이병선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제1공영방송 연합체 ARD와
제2공영방송 ZDF를 필두로 한 방송국,
그리고 350개 신문으로 
구성된 독일 언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고령화로 인해
시청자, 구독자를 붙잡기도 버겁습니다.

'타츠'와 같이 지식인 독자층을 구축한 신문도
더 이상의 확장은 생각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 안야 파스콰이/독일 신문발행인협회
"우리는 실제로 여전히 과거에 살고 있습니다.
인쇄신문을 구독하는 구독자들은 보통 50세 이상입니다.
이들은 습관적으로 그 일 (신문 구독)을 하기 때문에
그 대가로 많은 돈을 지불합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9개 공영방송 연합체인
ARD는 입지가 확고합니다.

전국 어디서든 채널 1번에서 볼 수 있고
각 지역 방송국의 위상도 높습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를 기반으로 한
WDR, 서부 독일 방송의 지사인
에센 스튜디오의 시청률은 30%를 넘나듭니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흔히 TV수신료로 불리는
이른바 '방송 분담금'의 역할이 큽니다.

매달 18.36유로, 우리 돈 2만 5천 원 가량으로
적지 않은 돈이지만 처음 정해질 당시에도
많은 시민들이 동의했습니다.

* 빕케 뫼링/도르트문트 공대 저널리즘학과 
"방송분담금이 만들어질 때 반발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통해 사람들이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재정이 탄탄한 저널리즘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반발과 논쟁도 있었습니다.

방송분담금은 방송을 보는 것과 상관없이
집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야 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많은 소송이 제기됐고,
일부 주에서는 아예 분담금 인상안을
의회에 상정하기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연방헌법재판소는,
"공영방송이 방송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방송분담금으로 재정을 조달하는 건 기본권에 속하기 때문에
주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로 방송분담금을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방송의 독립성에 집착하는 건 히틀러와 나치스가 벌인
언론 장악의 결과가 제2차 세계대전과 유대인 홀로코스트라는
참극으로 이어졌다는 반성 때문입니다.

1952년에 만들어져 지역 언론인을 지원하고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도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연방정치교육원, bpb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다니엘 크라프트/독일 연방정치교육원
"선전을 많이 하고, 국가가 국민을 조종하려고 한 독재 정권.
이겁니다. 1945년 이후에는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우리는 다시는 국민을 조종하는 국가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곳의 근간입니다."

방송의 공영성을 강화하면서도
지역색까지 고려하는 독일의 기조는
정권교체기마다 파열음이 끊이지 않는
국내 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베를린에서 MBC뉴스 이병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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