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밀린 어르신 공공샤워실

입력 2023-12-25 21:09:57 수정 2023-12-25 21:09:57 조회수 5

(앵커)
부산의 한 재개발지역에서는
동네 목욕탕이 사라져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고 합니다. 

주민들이 공공샤워시설이라도 지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재개발에 밀려 답보 상태입니다.

부산문화방송 조민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6.25 전쟁 이후 피난민촌이었던 남구 문현2동. 

이 곳 주민 26%가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부산 전체 노인인구비율보다 더 높습니다.

이곳에서 56년을 살아온 
85세 서복선 할머니의 집입니다.

6평도 채 안 되는 집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근처 공동화장실마저 보수공사를 시작해
화장실 가려면 10분을 더 걸어야 했습니다.

* 서복선/85세
"다리가 아프니까 아무데나 못 앉는데.
(대변함을) 저기(공동화장실)까지 버리러 가서
씻고 얼마나 애먹었다고." 

문현 2동에 설치된 공동화장실만 15곳.

남구 전체의 절반이 
이 곳에 몰려있을 만큼 생활여건은 열악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강추위에도 따뜻한 목욕은 꿈도 못꿉니다.

그나마 하나 있던 동네 목욕탕은 
지난 5월, 영업난과 재개발 여파에 
문을 닫았습니다.

* 서복선/85세
"타월 빨아서 닦고, 집에서 물만 한번 끼얹고 그런다니까.
멀으면 (목욕탕) 못 간다, 저기까지 누가 어떻게 걸어가노.
여기 밖에만 지팡이 짚고 왔다갔다 하는데. " 

주민들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소막마을처럼,
공공샤워장이라도 마련해달라고 구청에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재개발에 가로막혀, 수개월째 답보상태입니다.

* 안지원/남구청 도시디자인과장
"재개발 사업지다보니, 붐이 일다보니 부지를 이제
저희가 확보하는 게 쉽지가 않은 상황이에요.
예산이 많이 투입된 곳은 (재개발) 구역 지정이 안 되거든요." 

이 곳 재개발은 이제 주민 서명을 받는 초기 단계.  

재개발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는데,
따뜻한 목욕 한 번 제대로 할 수 없는 일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가장 가까운 다른 목욕탕까지,
10차선 도로와 다리를 건너 노인 걸음으로
최소 40여 분을 가야합니다.

* 김유창/문현2동 통장
"재개발 추진되기까지는 아직 기간이 최소 빨라도
6~7년 넘어가야 할 상황이니까. 기존에 있는 건물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건데 아예 손을 놔버리니까 답답한 거죠."

고층 건물 한편에 다닥다닥 붙어선 노후 주택들.

이곳에 불어닥친 재개발의 칼바람이,
어르신들의 겨울을 더 춥게 만들고 있습니다. 

MBC뉴스 조민희입니다.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