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강 작가가 보여주듯이
문학은 과거와 현재를 잇고
국경을 넘어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습니다.
1980년 5월의 광주도
일본에서 문학작품을 통해 알려졌는데요.
광주MBC가 올해 준비중인 5.18 45주년
다큐멘터리 <광주만이 빛나고 있었다>를
임지은 기자가 미리 보여드립니다.
(기자)
한 권의 낡은 책.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광주만이 빛나고 있었다"
1982년, 광주의 비극을 전해 들은
일본인 시인들과 재일 교포 시인들이
만든 5.18 연대 시집입니다.
한국에서는 나오지 못했던 목소리들이
일본에서 시가 되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김시종 시인은
어린 시절 광주에서 살다가
일본으로 건너간 뒤
광주의 참상을 듣고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그의 작품엔 무엇보다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담겼습니다.
"터져 나왔던 여름의 내가 없다
반드시 그곳에 언제나 없다
광주는 진달래로 타오르는 우렁찬 피의 절규이다."
* 김시종
"이번에도 나는 거기에 없구나,
진달래가 막 피듯이 투쟁이 벌어졌는데, 나는 없다.
나는 언제나 바다 이쪽에서 쳐다보기만 한다."
독자들에겐 광주의 슬픔을 전했습니다.
"노파가 때마침, 파를 뽑으려고 허리를 피던 참이다.
M48의 얼룩 무늬의 거대한 몸집에
포플러 가로수는 길게 꼬리를 물고 구부러지고
한국이라면 어디든 똑같이 5월의 하루가 콘크리트 담 중간에서
뉘엿뉘엿 저물어 간다. 지금은, 별일 없을 때의 광주다."
폭력이 지나간 자리를
멀리서 바라본 시인의 시선은
역사를 기록하는 또 하나의 방식입니다.
* 김시종
"광주에 아들 딸들, 광주를 사랑하는 광주에서
생명을 잃은 사람들 앞에 나설 겁니다."
김시종의 시는 45년 전 광주의 시간을
오늘의 우리에게 연결하는
문학의 기록이자 증언이 됐고
일본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 가게모토 츠요시 / 김시종 시집 번역자
"왜 당신이 광주를 바라보느냐, 그러니까 80년 직후에
사람들이 특히 한국에서는 금지가 되었지만,
그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일본에서는 할 수가 있었던 것이고
그런 점에서 일본에서 광주에 대해서 사람들이 계속 말을 하는 것입니다."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았을 때 '광주는 희생이다'고
당당히 표현한 김시종 시인,
이제 광주 정신은
문학이라는 힘을 통해
국경을 넘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518민주화운동 #광주정신 #문학 #김시종 #시인
Copyright © Gwangju Munhwa Broadcasting Corporation. All rights reserved.

광주MBC 취재기자
보도본부 뉴스팀 탐사*기획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