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아버지의 행운

어느날 아침새벽부터 아버지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 잘잤냐..아침 동틀때까지 뭔 잠이냐..어여 인나브러라..니 그소식 아냐 우리동네에 엄청좋은 아파트가 들어온단디..나 거긴한번 써볼란디..니가 좀 도와줘야 겠다.거기만 당첨되블븐 엄청 돈벌어 븐단디 나도 돈좀 벌어봐야 것다.."
사실 아버지께서는 주변 지인들이 아파트당첨되서 좋은곳으로 이사도 가고 돈도벌고 했다고 엄청 배가 아퍼하셨거든요..평생을 자기돈 모아서 이사가는게 당연하다 생각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아버지에게 주변 지인들의 행복은 아버지의 굳은 의지를 꺽고 말았습니다. 아버지는 이정도면 되것지 하시며 15년이나 저축해오신 청약통장을 내밀며 저에게 간절하게 부탁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모시고 아파트 청약에 필요한 일들을 준비하고 드디어 청약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아침마다 전화하셔서 "아야 발표 언제하냐잉?? "물의셨고 저는 그때마다 귀찮은듯 대답해 드렸습니다.
아버지는 발표날 새벽까지 전화하셔서 " 오늘이 발표날 아니여 언능 알아봐야.."
저는 새벽에 일어나 당첨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43년생 문*식 저는 두눈을 의심했고 다시한번 봐보니 똑똑히43년생 문*식 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이사실을 알렸고 아버지는 또 이사실을 새벽부터 주위 지인들에 게 알리셨습니다. 아파트 층수도 봐보니 정남향에 고층이어서 누가봐도 대단한 당첨 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침부터 모델하우스를 찾아가 " 어찌요..이것이 내가 당첨된건디 좋지라 ㅋㅋ 엄청좋아븐디 안그요.." 아버지는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 하고 자랑하면 정말 행복해 하셨습니다. 모델하우스 침대에도 누워보시고 붙박이 하나하나 열어보시고 자재도 봐가면서..엄청 열심히 살펴보시더라구요..
" 니오늘 저녁에 뭐허냐 니도 수고했는디 술한잔 살께..집으로 와라 잉"
그렇게 저녁에 와이프랑 애들을 데리고 아버지 집에 놀러 갔는데 아버지 지인들이 신발장 문턱까지 차 있더군요..그렇게 기분파이신 아버지는 술파티를 벌렸고..저희는 거의 서있다 싶이 하며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오랜만에 너무 행복해하시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더군요..
그렇게 잠이 들 시간에 와이프가 문더군요.." 근데 당첨 문자는 왔어? 문자는 안옷거 같던데 아버님한테 왔나? 그렇겠지"
생각해보니 당첨문자가 오지 않은게 좀 꺼림칙했지만 이름도 같고 생년까지 같은데 설마 이렇게 생각하며 잠이 들었습니다.
계약날 아버지는 " 아야 내가 잘모른께 같이가자야..뭐시 서류가 이렇게 많이 필요하다냐.."
아버지와 저는 서류를 확실하게 준비하고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 가서 1시간이나 기다린끝에 계약서를 쓸수 있었죠..한참 계약서를 쓰고 있는데..
" 잠깐만요 이상하네 방금 이 동호수 계약서 쓰고 갔는데.."
" 뭔소리여 우리는 방금왔는디..뭔 착각한거 아니요"
" 여기 봐보세요..다 작성되어 있잖아요..당첨된거 맞으세요..혹시 동일명 아니세요..뭔가 착각 하신거 같은데"
아버지는 얼굴이 빨깨지셨고.."아따 뭔말이여..다시한번 확인해봐..뭐시 이런일이 있어브러..워메.."
그렇게 30분의 실랑이 끝에 아버지와 생년이 같은 동명인임이 밝혀졌고..아버지는 당첨자가 아니였습니다.
그러게 모델하우스를 빠져나왔고 ...아버지의 축처진 어깨를 바라보니 저 또한 마음이 아프더군요..
" 아버지!! 너무 실망하시 마세요..처음써가지고 이름이라도 똑같은게 어디에요..다음에는 될꺼 같네요..하하"
" 뭐시 인마..워메 속이 타들어 가븐다..타들어 가블어..니 술한자 사 저번에 내가 샀지?
그렇게 아버지와 저는 밤늦도록 술을 마시며 타들어가는 속을 달랬습니다. " 아버지 꼭 될꺼에요..힘내시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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