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엄마와 오늘

오늘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드렸더니 울 엄마 비리다며 된장국이 먹고 싶다하셔셔 부랴부랴 아욱 넣어 다시 끓여드렸더니 맛나게 드시다가 너도 먹어보라며 수저를 쥐어주시는데 와락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다른 때는 맛난 것 있으면 혼자 드시느라 바쁘셨는데 오늘 아침에는 다른 날과 달리 드시다가 제게도 먹어보라고 내미시는데 아아~! 치매증상을 앓고 계시는 울 엄마가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아시는 걸까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기억은 못하시지만 딸아이에게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으셨을까요?

오늘은 제 생일입니다.
아들이 귀한 집에 시집와서 딸인 저를 낳고 시댁 식구들 눈치 보느라 미역국 한 그릇을 제대로 챙겨드시지 못했다던 엄마 말이 늘 가슴에 걸려서 해마다 제 생일이면 미역국을 끓여 엄마에게 대접하곤 했었는데.
우리 엄마 먹을 것 앞에서는 늘 딸인 제 앞에서도 양보하는 법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에 손수 제 손을 잡고 수저를 쥐어 주시며 "어여 먹어 봐. 맛나다!" 하시는데요
아무리 아닌 척 해도 눈물이 흘러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평생 당뇨를 앓으시고 사고로 다리를 못 쓰시는데다 치매까지 앓으시던 엄마가, 지난 달에 암수술까지 받으시고 힘들어 하시는 엄마가 오늘 아침에는 제 몫을 챙겨주셨습니다.
무슨 날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오늘 아침만은 챙겨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다른 것 바라는 것 없습니다.
저를 몰라봐도 좋고 저를 힘들게 하셔도 좋으니 지금처럼만 곁에 오래 머물러주셨으면 참 좋겠습니다.
늘 아파서 누워만 계시던 엄마를 바라보며 짜증을 내며 엄마를 탓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의 제가 너무도 미워서 엄마 떠나시기 전에 더 잘해드리고만 싶은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것 같아 자꾸만 두렵습니다.
엄마, 무슨 인연으로 우리가 모녀지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엄마가 좋아
많이 지켜드리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지금부터는 엄마 손 절대 놓지 않을게
사랑해
그리고 오늘 나를 낳아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신청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