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희망곡

정오의 희망곡

12시 00분

사연과 신청곡

아내에게.


작가님!
아래 또 하나의 글은(1860) 제가 잘못 올린것 같아 다시 썼는데 요지부동입니다. 삭제해주셔요.

어제 퇴근해서 집에 갔더니 아내가 상자하나를 내밀었습니다.
그 안에 제가 좋아하는 쪽빛의 스웨터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 곁에는 조그만한 쪽지가 있었는데 어제가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날이랍니다.
결혼 기념일도 아니고 제 생일도 아닌 아이들처럼 무슨 첫 만나던 날? 했더니만 아내는 눈을 흘기며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이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날이라고 했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나던 날 험상 궂은 표정을 하고 나와서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있다가 한다는 소리가 군대 이야기뿐이더랍니다.
결혼을 할 마음이 있긴 한건지...아내는 커다란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답니다.
그런데 왜 결혼했느냐고 했더니 그것을 지금도 알수가 없다며 , 그래도 이만큼 살아보니 참 잘한 선택이었다며 아내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아~ 그 것은 어디까지나 아내의 생각일 뿐, 아내는 모릅니다.
그 날 아내를 보던 순간 제 가슴이 얼마나 요동쳤는지를 말하지 않았으니 아내는 모릅니다.
단정한 외모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제 마음을 끌었던 것은 작은 키의 아내가 굽이 없는 단화를 신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그 날 아내 손을 꼭 쥐고 싶었는데 집까지 바래다주고 싶은 마음이 하나 가득 했는데 그깟 사나이 체면이 뭐라고...당신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여자를 절대 붙잡아야 겠다는 일념하나로 결혼까지 골인했는데 아내가 알리가 없습니다.

결혼해 살면서 그날의 제 선택이 얼마나 옳았는가를 두고 두고 감사해하며 살아왔던 20년이 훨씬 넘는 시간들입니다.
그림자처럼 조용하게 저와 두 딸들을 위해 살아준 아내를 바라보며 늘 감사하는 마음뿐이었지 대놓고 표현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아내는 라디오 곁에 앉아서 꿈꾸는 표정으로 저와 두 딸을 위해 부지런히 손을 놀리고 있을 것입니다.
쑥스러워 아내에게 직접 말하지 못했는데 지금 용기를 내어서 말하고 싶습니다.

아내분~!
술 좋아하고 친구들 좋아하는 통에 당신에게 내어 준 시간들이 많이 없었지만 늘 당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마음은 늘상 당신 곁에 머물러있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꼭 이 말해야 할 것 같아 부끄러움을 꾹 참고 합니다.
살면서 꼭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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