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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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여행을 떠나볼꺼나!

바람끝이 차가워 옷깃을 추스려야하는 늦가을 오후입니다.낮게 내려 앉은 회색하늘은 금방이라도 비 대신 눈을 퍼부을 기세입니다.따뜻한 것들이 그리워지는 계절입니다.길가 모퉁이 포장마차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오뎅국물이 가는 발길을 유혹하지요,해질녘 구수하게 풍겨오는 붕어빵 굽는냄새는 주린배를 유혹합니다.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노란붕어빵 몇개 담아온다면 절로 마음까지 따뜻해지겠지요.
학교에서 갓 돌아온 딸아이는 숨이 목에까지 차 가지고 달려왔습니다.추워서 뛰어왔구나 했더니 아니랍니다.이유인즉 아주 간단했습니다.학교 수업 실과시간에 바느질이 나오는데 그 바느질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5학년 실과책을 펼쳐보았더니 바느질법이 나왔더군요.실 매듭짓는법 바느질 방법 그리고는 조그마한 주머니 만들기도 있었습니다.모처럼 딸아이와 하나가 되었습니다.저는 당연히 바느질 선생님이 되었지요.난생처음해보는 바느질이 재미있는지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엄마의 솜씨를 보면서 왜 자기는 삐뚤빠뚤 되느냐고 투정도 합니다.아이의 서툰 바느질 솜씨를 보면서 잠시 옛생각에 젖어 보았습니다.
유난히 손이 매시러웠던 어머니의 바느질 솜씨는 보통이 아니셨습니다.가난한 살림에 옷들도 넉넉치 않으니 어머니의 할일이 많을수밖에요.
엎구리 터져버린 옷 ,닳아진 무릅을 아주 흠없이 매끄럽게 꿰매셨습니다.구멍난 양말도 어머니의 손을 거치고 나면 새것마냥 그렇게 새롭게 태어났지요.꿰맨 양말 옷도 투정하지 않고 감사히 입었습니다.너나없이 가난하던때라 흠이 될게 없었지요.낮의 바쁜 농사일도 잊으시고 밤까지 바쁘셨던 어머니 아니 간간히 깨어보는 새벽에까지도 어머니는 바쁘셨습니다.엄마가 되면 잠이 당연히 없는줄 알았습니다.골무를 끼고 간간히 뾰족한 바늘로 머리를 가지런히 하시면서 바느질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어깨너머 바느질를 배웠습니다.어머니 솜씨처럼은 아니지만 그때 배운 바느질은 간간히 생활에 쓰였습니다. 밤마다 양말을 수도 없이 꿰맨 외할머니 이야기를 들려주노라니 아이는 믿기지 않는듯 웃습니다.부족함없이 살아온 아이들 세대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일수밖에요
아이와 바느질하면서 잠시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되돌아보니 정겨운 옛 추억이 되새김질되네요
이제 겨우 제대로 바늘에 실꿰고 단추 하나 단 아이가 기특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해 냈다고 기특해하다니!
참 세월이 무상합니다.
올 겨울은 대바늘 뜨기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겠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목도리 하나씩 아이들 가슴에 안겨주어야겠습니다.
광주시 남구 주월동 스카이맨션101-1113 011-618-6346
아이와 바느질하다 옛생각이 나서 몇자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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