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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인 내딸에게...
네가 일부러 말안해도 난 다 안다 네 마음을...
난 너의 엄마잖아
요즘 부쩍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하던데
그래서 기숙사를 팽개치고 자꾸 집에 와서 자고 싶다고 하는 너를 보면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실하게 느꼈단다.
수능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공부에 대한 아무런 부담없이
깔깔거리며 지냈던 시간들이 그리운게지?
그 편안하고 안락한 시간들을 주로 보냈던 곳이 집이어서
그 집안에 덩그마니 남아있는 엄마인 내가 많이 보고싶은거지?
요즘 애써 밝은 척 "그냥 전화했어..."하며 네 목소리를 들려줄 때마다
엄마인 나는 네가 너무 안스러워 어쩔줄을 모른단다.
총알이 빗발치는 사지에 널 혼자 팽개쳐두고 나만 편한 곳에서 제대로
숨쉬고 있는것만 같아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단다
네 고통을 같이 하고 싶어서 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쌓아둔 책을 읽곤하지만
너의 힘든시간들에 비하면 호사로운 놀음 아니겠니?
그렇지만 어쩌겠어?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강은 건너야 하는데...
이왕 시작한거 끝까지 버텨보자
네게 진정한 부탁이 있는데..
마음을 짓누르는 부담을 털어버려
되면 좋은거고 안되도 어쩔수 없는 것이라고 배짱을 좀 부려봐
지금껏 잘 버텨왔는데 지금 포기하면 네가 공을 들인 시간들이 너무 아깝잖아?
고3이 되면서 지난 학년때보다 성적이 더 향상된 걸 보고 난 놀랐어
흔들리지 않았던 너의 성실함에 여신이 힘을 보태준 것이 분명해
네가 글을 막 배우기 시작하던 6살때인가...
유치원에서 썼다며 내게 내밀었던 삐뚤빼뚤한 글씨로 가득 채워져있던
편지 내용이 생각난다.
'엄마 돈 많이 버세요..돈 많이 벌어서 다민이 옷 많이 사 주세요'
그 편지글을 보고 또 보면서 아빠하고 그날 밤 참 많이 웃었단다.
옷 욕심도 공부 욕심도 친구 욕심도 가득가득한 우리 딸...
지금처럼만 예쁘게 살아준다면 네가 원하는 대학에도 꼭 갈 수 있을거야
내년 이맘때 오늘을 얘기하며 실컷웃자...
내일 학교 기숙사에서 만나면 우리 꼬옥 끌어 안아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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