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현의 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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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05분 보이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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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내가 아직도 무섭니?

신랑...
아니 우리 두 달 다민,다현 아빠...
어제도 많이 서운했다
저녁회식 있다는 말 하기가 그렇게 힘이들어?
운전중이라고 했는데도 딱 요점을 말못하길래
성질 급한 내가 그렇게 물었지?
"저녁에 회식이니?"
그랬더니 간신히 대답하고선 끝에 뭐라 붙였니?
미안해 같이 저녁 못먹어서..."
전화 끊고서 한동안 멍했다
내가 아직도 당신에겐 그렇게도 속말을 못할 정도로 힘이 든 존재니?
왜 그러면 그렇다고 확실하게 말을 못하느냐고 했을때
회식 말이 나오면 당신이 민감해질 것같아 하면서 내 눈을 피하며
피식 웃을때 와아...나 차라리 울고 싶어졌었다.
같이 직장생활 할때야 아이들 문제도 그렇고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들어서 내 표현이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아냐
나 지금 집에서 당신 덕에 배부르게 잘먹어대면서 때되면 아이들 학교로
학원으로 픽업해주면 별로 바쁠일 없는 처지야
귀가가 늦어져도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은 과장이겠지만
사실은 많이 신경 안쓰여
내가 좋아하는 당신이 안보인다고 칭얼거리던때는 이제 지났어
나도 많이 늙었다...
당신 저녁식사 집에서 안하면 사실 나 편해
둘째 딸이야 돈까스 하나 튀겨주면 오케인데...
제발 내게 겁 먹지마....
당신 천성이 그런건 알아
다른사람 마음 다치지않게 하면서 살고 싶어하는 것알아
남 힘들게 하는것 싫어한다는것 너무 잘 아는데
난 당신 각시야
한이불속에서 지내 온 해가 벌써 18년째야
내가 남이니?
당신하고 가장 친한 친구분이 그러는데
당신하고 있는 세월동안 참 억울한 부분이 많았다더라
자기가 뭘해도 당신하고 비교당해서 밀리고 또 밀리기만 하더라는데?
그분 누나며 어머니며 그러셨대
재승이(남편 이름) 만큼만 해봐라 그러셨다고...
나도 그 부분에 있어선 절대적으로 피해자야
그간 밀린 앙금 다 털고 좋게 말하자면...
당신때문에 난 뭘해도 때깔이라는게 전혀 안나
며느리로서 형수로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애쓴 흔적들이 당신 그늘에
가려서 묻히는것만도 복장이 터지는데
더 기가찬건 내 친정 부모님도 당신의 열렬한 지지자야
오죽했으면 대통령에 한번 출마해보시지 하고 비아냥거렸던
날도 있었을까?
나도 거액의 카드대금으로 눈치보는 남자의 아내가 한번쯤 되어서 큰소리치고 싶어
술주정하는 남편에게 큰 소리치는 아내가 한번쯤 되어 보고 싶다니까...
조금만 빈구석을 보여주면 안될까?
모두에게 인정 받는 확실한 당신이 싫은건 아니지만
나도 남편의 어리광을 들어주며 눈흘기는 아내...
왜 있잖아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런 역할 한번만 해보고 싶다
이제 내게 향한 긴장감이 있다면 확실히 풀어
나는 다른 타인아냐
당신 아내야...
내가 그간 철없는 아내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으니 우리 이제
신랑아...역할을 살짝 바꿔볼까?
근데...생각났어
우리 결혼기념일이 10월7일 이었는데
당신도 잊었지?
내가 먼저 기억했다
항상 먼저 챙기더니만 ...당신도 별수 없어
나랑 같이 늙어가는구나
사랑해...신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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