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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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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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MBC 라디오칼럼_설날 아침의, 사랑 노래_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_20190205

■ 방송시간 월요일~금요일 AM 07:50~07:55
■ 기획 김민호
■ 연출 황동현
■ 진행 김두식
■ 이동순 조선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 설날 아침의, 사랑 노래

눈이 내린다 싸락눈
소록소록 밤새도록 내린다
뿌리 뽑혀 이제는
바싹 마른 댓잎 위에도 내리고
허물어진 장독대
금이 가고 이빨 빠진 옹기 그릇에도
소 잃고 주저앉은 외양간에도 내린다.
더러는 마른자리 골라, 눈은
떡가루처럼 하얗게 쌓이기도 하고

닭이 울고 날이 새고
설날 아침이다.
새해 새 아침 아침이라 그런지
까치도 한두 마리 잊지 않고 찾아와
대추나무 위에서 운다.

까치야 까치야 뭣하러 왔나
때때옷도 없고 색동저고리도 없는 이 마을에
이제 우리집에는 너를 반겨줄 고사리손도 없고
너를 맞아 재롱 피울 강아지도 없단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거들랑 까치야
돈이며 명예 같은 것은
그런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나 죄다 주고
우리들에게는 사랑의 노래나 하나 남겨두고 가렴




김남주, 「설날 아침에」 전문

사랑의 노래가 넘치고, 웃음이 넘치고, 정이 넘치는 날, 우리가 사는 매일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에 찾아오는 하루, 오늘은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닌가 합니다. 들려드렸던 김남주의 시 「설날 아침에」서처럼, 지금도 겨울에는 마른 댓잎에, 장독대에 어김없이 눈이 내리고, 허물어져 흔적만 남은 외양간에도 눈이 내립니다. 이 「설날 아침에」서처럼 때때옷 입고, 색동저고리 입고, 일가친척을 찾아다니며 세배 드리는 풍경은 아주 보기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 온가족이 둘러 앉아 나누었을 떡국이며, 덕담이며, 웃음 속에 ‘사랑의 노래’는 함께였을 테지요.

그러니 매년 찾아오는 설날이지만 가족들과 함께하는 순간의, 특별함에, 감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얗게 소복이 내리는 눈처럼 “매양 추위 속에 / 해는 가고 오는 거지만 /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입니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 파릇한 미나리 싹이 / 봄날을 꿈꾸듯 // 새해는 참고 /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입니다. “오늘 아침 / 따뜻한 한 잔 술과 /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 고마운 것이라 생각”할 일입니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 한 해가 가고 / 또 올지라도 //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 고운 이빨을 보듯” (김종길, 「설날아침에」) 오늘은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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