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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과 간섭_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_라디오칼럼_20171229
■ 기획 윤행석
■ 연출 황동현
■ 작가 박현주
■ 12월 29일 금요일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지원과 간섭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 문화예술에 관한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국정 철학을 가장 먼저 세우고 실천한 분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예술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적극 지원하면서 영화산업을 일으키고 한류열풍을 불러오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불간섭이라는 문화예술 정책의 원칙을 밝혔습니다.
문대통령은 “정부와 부산시는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고, 정부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살리면 된다”는 말로 부산국제영화제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을 확 걷어내 주었습니다.
간섭을 넘어 공작을 일삼았고,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로 얼룩졌던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대의 질곡에서 마침내 벗어나는 신호탄처럼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불간섭의 원칙을 지켜야 할 대상으로 정부는 물론 부산시를 지목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막으려는 부당한 개입으로 영화인들을 핍박하고 영화제를 파행으로 몰아간 부산시의 책임을 짚고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간섭은 그 자체로 반문화적이며 필연적으로 문화적 퇴행으로 귀결됩니다.
전국 곳곳의 지역축제들, 창작활동 지원사업, 적지 않은 혈세를 들여 치르는 각종 전시나 공연들 가운데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비웃음을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전문가나 예술인들의 잘못보다는 예산을 틀어쥐고 행사하는 기관단체의 엉뚱한 주문이나 개입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건 안 됩니다. 윗분이 싫어하십니다. 무조건 그 분 맘에 들어야지요.”
“다 소용없어요. 제일 높은 분이 좋다해야지 좋은 겁니다.”
명색이 예향을 앞세우는 전라도 곳곳에서도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부끄러움 없이 대놓고 이런 말을 하는 경우를 만나곤 합니다.
단체장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전통을 이으며 가까스로 자리를 잡은 축제가 단번에 사라질 수도 있고, 오래전에 약속된 출연자를 전격 취소하고 윗분이 평소 좋아하는 공연을 집어넣기도 합니다.
주민들의 형편일랑 아랑곳 하지 않고 행사시간이 줄었다 늘었다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십중팔구 높은 분의 일정 때문입니다.
하다못해 소식지나 홍보지의 디자인이나 제목 하나까지도 조직의 수장이 가진 취향이나 성격에 맞춰야만 바깥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지역의 문화역량과 예술적 감수성이 관객도 주민도 아닌 오직 벼슬 높은 분의 비전문가적 안목에 달려있다면 문화적 퇴행을 넘어 재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향 전라도의 높은 분들이라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반드시 새기고 실천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사회자 - 황풍년 편집장은 토종잡지, 전라도닷컴의 편집장 겸 발행인입니다. 또한 전국 지역 출판인들의 모임인 한국 지역 출판 문화잡지원 대표로서 해마다 지역 책들의 한 마당, 한국 지역 도서전을 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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