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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5일 “프로야구,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까? <김진강 광주관광공사 사장>
올해 광주는 가을야구의 기회를 잃어버렸지만, 프로야구가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작년 이맘때 기아챔피언스필드 등 현장 직관을 가지 못한 많은 기아타이거즈 팬들이 김대중컨벤션센터 광장에서 긴장감 속에서 전개되는 플레이를 보면서 함께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한국 프로야구는 단순한 스포츠 리그를 넘어 대규모 이동을 수반하는 문화 경제현상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2024년 한국프로야구(KBO)리그는 출범 43년 만에 처음으로 단일 시즌 ‘1,000만 관중’시대를 열었고, 2025년 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관중 1만 7천여명, 누적 관중 1,2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이런 숫자는 야구뿐 아니라 모든 국내 프로스포츠를 통틀어서도 이번이 최초라고 합니다. 각 구단들의 순위 경쟁이 치열할수록 각 구단 팬들은 타 지역 경기장까지 찾으면서 야구장이 이제는 더 이상 지역민만의 공간이 아니라, 외부 방문객이 유입되는 도시관광의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6개월간 144경기가 열리면서 긴 시즌동안, 각 지역에서 거의 매일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어냅니다. 팬들은 팀 충성도와 지역 정체성에 기반하여 반복적으로 지역을 찾고, 특히 원정 팬 이동은 자연스러운 관광수요를 창출하며, 숙박․교통․음식, 기념품 등 지역 서비스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올해 KB국민카드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간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야구장 인근 상권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경기일 평균 매출은 비경기일보다 최대 90%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20대 여성 소비가 전년 대비 127% 이상 증가했다는 점은, 야구장이 특정 계층에 한정된 공간이 아니라 도시의 새로운 소비 중심지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경기당 평균 1만 7천 명 중 10%만 외지 체류형 방문객이라 가정하더라도 연간 수십만 명이 지역에 추가적 경제효과를 창출하면서 지역관광이 직면한 고질적인 문제인 수요부족과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결할 효과적인 열쇠라 될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실제 프로야구는 서울, 인천, 수원 등 수도권뿐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창원, 광주 등 전국 주요 거점 도시에 연고를 두고 있어서, 프로야구 구단의 존재 자체가 ‘분산형 관광자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도시관광과 야구콘텐츠의 결합이 이미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는 야구가 곧 도시를 체험하는 가장 감성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광주관광공사는 다른 지역에서 프로야구 등 스포츠관광 상품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을 때부터 ‘야구광 트립’이라는 상품을 만들어서 운영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광주가 그 잠재력을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외지 관람객 비율과 체류형 방문 여부에 대한 정량 데이터 확보, 경기 외 시간대에 즐길 콘텐츠 개발, 야구장과 주변 상권, 관광지 간의 동선 단절 문제도 그렇습니다. 이대로라면 프로야구는 관중을 많이 모으는 데 반해, 도시경제 선순환을 충분히 만들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자체, 상권, 관광 및 문화기관과의 전략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합니다.
결국 프로야구는 지역관광의 보조적 자원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관광산업이자, 지역민의 정체성과 도시브랜드를 연결하는 사회적 플랫폼이며, 지속가능한 체류형 관광시장으로 확장가능한 경제적 엔진입니다. 지역의 응원 속에 울려 퍼지는 함성은 곧 지역경제의 박동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