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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6일 “구 광주교도소, 국립 민주주의교육원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문상필 광주공동체 이사장>
광주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적인 도시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역사의 고비마다 광주는 시민의 용기와 헌신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온 도시입니다. 그 정신은 지금도 골목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하지만 청취자 여러분! 민주주의는 한 번 세웠다고 영원히 유지되는 제도가 아닙니다. 세월이 흐르면 잊히고, 생활 속에서 경험하지 않으면 금세 희미해 집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배우고, 느끼고, 다시 실천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교육의 장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구 광주교도소 부지에 ‘국립 민주주의교육원’을 설립하자는 제안을 드립니다. 구 광주교도소는 단순한 시설이 아닙니다. 독재정권 시절, 수많은 민주 인사들이 수감되고 고통을 겪었던, 한국 민주주의의 아픈 역사가 깃든 현장입니다. 어두운 감방, 차가운 벽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치러야 했던 희생을 지금도 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공간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제는 역사의 현장을, 민주주의를 배우는 공간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국립 민주주의교육원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살아 있는 민주주의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독방에서 억압의 현실을 체험하고, 토론실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책임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국제 교육 기능도 갖춰야 합니다. 성인과 시민에게도 민주주의는 평생학습입니다. 민주주의는 머리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실천 속에서 더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광주는 이미 유네스코 인권 도시입니다. 여기에 국립 민주주의교육원이 들어선다면 광주는 세계적 민주주의 교육·연구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 연구자, 시민단체, 국제기구까지 모여 민주주의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경제·문화적 효과도 큽니다. 교육원이 설립되면 방문객과 연구자들이 광주를 찾고, 이는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이 됩니다. 무등산, 국립 5·18 민주묘지, 말바우시장, 중외공원 문화벨트와 함께 북구만의 역사·문화 관광벨트도 완성될 수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예산을 걱정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입니다. 민주주의가 약해질 때 사회가 치르는 대가는 훨씬 큽니다. 지금처럼 아무 활용 없이 방치될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습니다.
민주주의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계속 지켜내고, 미래 세대에게 올바르게 전해야 합니다. 구 광주교도소에 국립 민주주의 교육원을 세우는 일은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고, 미래의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우리 시대의 책무입니다. 광주에서 타오른 민주주의의 불꽃은 이제 세계로 뻗어나가야 합니다. 차가운 담장이 민주주의 교육의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역사는 비로소 미래와 만납니다.
국가가 결단해야 합니다. 광주, 그리고 이곳 북구에 국립 민주주의교육원, 반드시 세워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