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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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4일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을 근절해야 합니다” <김성진 민주노총 광주법률원 변호사>

 우리는 매일 도로와 교량, 아파트와 건물은 이용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건물을 건설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는 어떨까요? 많은 건설 노동자들이 불법하도급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불법하도급은 건설산업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하도급의 제한 범위를 벗어난 하도급을 의미합니다. 무등록·무자격 하도급, 일괄·전문공사 하도급, 재하도급 제한 위반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는 재하도급이 문제되는데, 여러 단계의 하도급 업체를 거치게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는 사라집니다. 여러 단계의 하도급을 거치는 동안 임금이 삭감됩니다. 중간 업체들이 이윤을 챙기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임금이 밀려도 책임질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산업재해 위험도 커집니다. 단가를 맞추려면 인력을 줄이고, 작업 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교육과 안전 점검 비용이 가장 먼저 줄어듭니다. 피로가 쌓이고, 서둘러 일을 하다 보면 큰 사고는 시간 문제입니다. 더 큰 문제는 산재가 발생해도 서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입니다.

 

 불법하도급은 노동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노동자를 고용하고 안전시설을 갖춘 업체가 입찰에서 밀립니다. 싼값에 공사를 따내기 위해 안전비용과 임금을 깎는 업체와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상적인 건설 회사’가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기술 축적도 어려워집니다. 숙련된 노동자를 제대로 양성할 수 없고, 단기 이익만 쫓다 보니 건설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무너지게 됩니다.

 

 정부도 불법하도급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직접 건설현장의 불법하도급 문제를 지목하며 근절을 강구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강력한 단속이 필요합니다. 지금도 법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처벌을 강화하고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형식적인 단속이 아닌 실질적인 관리 감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형식적인 서류 점검을 넘어, 실제로 누가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지, 계약과 다른 불법 재하도급이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위반이 드러나면 과징금 몇 건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공공 입찰 참여 제한 등 실질적인 제재가 뒤따라야 합니다.

 

 둘째, 원청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건설사가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거나, 최소한 철저한 관리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러 하도급 단계를 거치면 책임 추궁이 어려워지는데, 이것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셋째,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한전 같은 공공기관에서 불법하도급을 묵인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민간도 따라올 수 있습니다.

 

 넷째,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넓혀야 합니다. 불법 구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보복 걱정 없이 신고하고, 제안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입니다. 공사가 빨리 끝나는 것보다, 안전하게 끝나는 것이 먼저라는 상식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 건물은 어떤 과정을 거쳐 지어졌는가”를 묻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도로와 교량, 아파트와 건물은 모두 누군가의 노동에 의해 세워집니다. 그 노동이 존중받지 못한다면, 그 위에 사는 우리의 안전도 온전할 수 없습니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건설 산업은 경쟁력을 잃을 것이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삶이 피폐해질 것입니다. 법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건설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법하도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하고, 노동자가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건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길입니다. 불법하도급, 이제는 정말 근절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