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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4일 “체류형 예술투어를 위한 남도 미술벨트” <변길현 광주시립 하정웅미술관장 >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변길현입니다. 오늘은 빈센트 반 고흐의 이야기부터 시작해보려 합니다.
반 고흐는 생전에 단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던 화가였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그 시대의 어떤 유명 화가보다도 더 널리 사랑받는 세계적인 예술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그의 그림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삶의 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머물렀던 도시들을 여행하고 있습니다.
남프랑스의 아를과 생레미, 그리고 파리를 거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어지는 이 동선은, 한 화가의 예술세계를 따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한 문화여행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Route Van Gogh Europe’은 고흐가 머물렀던 장소와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여행자가 한 도시만 둘러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도시로 이동하며 더 오래 체류하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술 서사가 도시를 잇고, 그 연결이 관광산업으로 확장된 사례인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루트가 단순히 유명 미술관 몇 곳을 나열한 관광상품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고흐의 그림 한 점만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았던 빛과 풍경, 그가 머물렀던 마을과 건물, 그리고 그 예술이 태어난 장소의 시간을 함께 경험하러 갑니다. 다시 말해 예술은 도시를 점처럼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선처럼 연결하며, 그 연결이 체류를 만들어냅니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문화관광이 지향해야 할 핵심입니다.
저는 지금 남도에도 이런 미술벨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광주, 목포, 진도, 광양, 순천은 각각 따로 보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문화예술 자원을 지닌 도시들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도시들을 개별 관광지로 홍보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 하나의 체류형 예술권으로 상상해야 합니다. 새롭게 통합될 전남광주는 바로 그런 체류형 관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광주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비엔날레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만난 뒤 목포로 이동하면, 목포의 근대역사공간과 수묵비엔날레가 또 다른 감각의 문화경험을 제공합니다. 여기에 남도 특유의 음식문화와 바다, 원도심의 풍경이 더해지면 목포는 전시 하나만 보고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골목과 항구를 함께 걷고 머물게 하는 도시가 됩니다.
여기에 진도의 운림산방, 광양의 전남도립미술관, 그리고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면 어떨까요. 예술과 문화를 감상하면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고, 남도의 음식문화까지 함께 체험하는 체류형 관광루트가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관광코스를 넘어, 한국형 예술관광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유럽이 고흐 한 사람의 서사를 따라 도시를 연결했다면, 남도는 광주의 예술자산과 전남의 풍경과 역사, 섬과 바다, 생태와 동시대 미술을 함께 엮어 우리만의 체류형 미술벨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전남광주 통합의 시대입니다. 체류형 문화관광을 통해 전남광주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