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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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5일 “AI 시대, 의사의 손이 가진 의미” <김성민 전남대 의대 소아정형외과 교수>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공개 석상에서 "work will be optional", 일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은퇴 저축이 의미 없어질 수 있다는 발언도 했다고 합니다. AI가 대부분의 일을 대신하게 될 미래, 그 시대에 사람의 몸값이 오히려 폭등하는 직업이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현장의 변수를 다루는 사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람, 감각과 숙련으로 품질을 만드는 사람, 복잡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점검하고 수리하는 사람. 즉, 지식이 많은 것보다 현장성, 관계성, 숙련성, 책임성을 가진 사람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사를 읽으며 저는 자연스럽게 제 수술실을 떠올렸습니다. 요즘 AI는 정말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X-ray를 판독하고, 논문을 요약하고, 수술 계획을 시뮬레이션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진료와 연구에서 AI의 도움을 받고 있고, 그 편리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수술실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뼈를 깎는 각도는 교과서에 나오지만, 그 각도를 실제 아이의 뼈 위에서 구현하는 것은 손끝의 감각입니다.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출혈이 생겼을 때, 그 순간의 판단은 AI가 아니라 경험에서 나옵니다. 무엇보다 수술 전,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부모님의 눈을 바라보며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하는 그 한마디. 그 말의 무게는 데이터로 만들 수 없습니다. 

 

 며칠 전에도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골절 수술을 앞둔 아이의 어머니가 제 손을 꼭 잡으시며 물으셨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 괜찮겠죠?" 그 손의 떨림을 느끼며 대답하는 순간, 이것은 결코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장의 변수를 다루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각과 숙련으로 품질을 만들어내는 일. 머스크가 말한 미래에도 살아남는 직업의 조건이 사실은 지금 이순간, 수술실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것은 의사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새벽마다 반죽을 치대는 빵집 사장님의 손, 현장에서 기계를 점검하는 엔지니어의 손, 아이의 열을 짚어보는 어머니의 손, 고장 난 배관을 고치는 기술자의 손. 이 모든 손들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사람 앞에서, 책임을 지며, 몸으로 익힌 감각으로 일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떤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AI 시대가 온다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시대는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손은 무엇을 만들고 있습니까?" "당신은 누구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까?"

 

 여러분,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의 손이 전하는 온기는 결코 낡지 않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현장에서 손을 움직이고 있는 모든 분들게, 그 손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값진 도구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