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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0일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와 재정” <고영엽 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현재, 세계 경제는 거대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2026년 중동 전쟁’은 이제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생명줄을 위협하며 전 세계 경제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가장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타격은 국제 유가의 폭발적 상승입니다. 전쟁 발발 직전, 배럴당 70~80달러 선이었던 WTI(서부텍사스산 원유)와 브렌트유는 각각 114달러, 14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4월 초에 2주 휴전이 발표되고 나서 하락 조정되었으나, 전쟁 장기화 시 아라비아만과 오만만,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이 지속되면서 유가가 150~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로, 시장은 여전히 극도의 긴장 상태입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평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노딜’로 끝남에 따라 2주간의 휴전 기간 내에 상황이 호전되기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일상화’는 저성장과 고물가가 고착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에너지 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 경제에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폭등은 제조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고로 다가옵니다. 이러한 공급 충격 속에서 국가 재정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합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재정 투입의 취지는 공감하나, 자칫 과도한 유동성 공급은 대외적 요인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양적인 재정 확대보다 ‘질적 최적화’를 통한 대안 모색이 시급합니다. 보편적 지원보다는, 고유가로 생존의 기로에 선 물류업계와 에너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핀셋형 정밀 지원’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높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해야 합니다. 엄격한 재정준칙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과감히 줄이고, 확보된 재원을 에너지 비축 시설 확충과 수입선 다변화 등 구조적인 위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합니다.
“호황기에는 예산을 아끼고, 불황기에는 지혜를 아껴라.”는 경구가 생각납니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자본의 투입보다 사고의 깊이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철저한 정책적 고민과 창의적인 해법(지혜)을 총동원하여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함으로써 재정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만이 스태그플레이션의 거친 파고를 넘는 유일한 해법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