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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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23일 “음악으로 시대를 뒤흔든 혁명가, 리하르트 바그너” <김은혜 광주시립합창단 소프라노>

 여러분, 음악극의 창시자. 독일의 작곡가인 리하르트 바그너를 잘 아시나요. 바그너는 단순한 음악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사람이었죠.

 

 젊은 시절, 그는 혁명에 직접 뛰어듭니다. 1849년, 드레스덴 5월 봉기에 참여했다가 체포령까지 내려지며 결국 스위스로 도피하게 됩니다. 이때 그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직장도, 안정된 삶도, 그리고 고국도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그가 도망치던 그 시기에 오히려 더 거대한 음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인간의 욕망과 권력, 그리고 몰락을 그린 대작 『니벨룽의 반지』입니다. 그는 현실에서 실패했지만, 음악 속에서는 세상을 다시 설계하려 했던 겁니다.

 

 또 하나의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바그너는 평생 돈 문제에 시달렸고, 후원자를 찾아다니며 떠돌던 삶을 살았습니다. 그런 그를 구해준 사람이 있었죠. 바이에른의 젊은 왕, 루트비히 2세였습니다. 왕은 바그너의 음악을 듣고 “이 사람은 시대를 바꿀 사람이다”라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 하나로 바그너는 다시 무대 위로 돌아올 수 있었고, 결국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성하게 됩니다. 생각해보면, 한 사람의 예술이 세상에 남기까지는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용기와 선택들이 쌓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삶을 걸고 ‘선택’을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입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는 부당한 권력에 맞서 평범한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 선택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총과 폭력 앞에서, 그들은 침묵이 아닌 목소리를 선택했습니다. 누군가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누군가는 그날의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그날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용기는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흐름을 바꾸는 큰 물결이 되었습니다. 바그너가 음악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다면 광주시민들은 자신의 삶 자체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겁니다. 바그너의 음악은 여전히 연주되고, 광주의 5월은 여전히 기억됩니다.

 

 결국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을 선택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얼마나 진심이었는가 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 아주 작은 일이라도 용기 있는 선택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진심으로 선택한 작은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