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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30일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이태민 운암한국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이태민입니다. 제 이야기들을 시작하게 되면서 여러분에게 어떤 이야기들을 전하는것이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첫 시작은 조금은 조심스럽지만 소중하고 오래 기억에 남으니까요.
그래서 문득 이런 질문을 제 스스로에게 던져봤습니다. "내가 평소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과연 누구에게나 맞고 바른 생각일까?’ 곰곰이 돌아보니 대부분의 생각들은 머무르지 않은 채 스쳐지나간 느낌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기분, 인상, 순간의 판단. 그것들도 분명 삶의 일부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순간에는 분명 또렷했지만 마치 물 위에 남긴 글씨처럼 금새 흐려져버립니다. 결국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기억에 기대게 되고 기억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립니다. 그렇게 쌓인 것들이 어쩌면 나의 생각과 가치관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는 일기를 쓰거나 싸이월드, 블로그에 제 생각을 자주 남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면서 하루하루는 점차 바빠지고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많아집니다. 그러다보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은 쌓여가고 잠시 멈춰섰을 때 무엇이 중요한지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스스로도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머릿속은 점점 복잡해지고 누구에게도 말하기 부끄럽지만 판단은 흐려지거나 갈팡질팡합니다.
의학에서도 기록은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의 상태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치료 방향을 결정합니다. 실제로 진료를 하다 보면 환자분이 느끼는 변화와 기록으로 남아 있는 변화가 서로 다르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을 통해 비로소 정확한 변화를 확인하게 됩니다. 경험 많은 의사의 직관도 중요하지만 결국 객관적인 의학적 사실이 있어야만 그 경험이 비로소 의미를 갖습니다. 기록 위에 경험이 쌓이고 그 경험이 다시 판단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하나의 생명의 방향을 결정짓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도 다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기록은 단순히 과거를 남기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를 아주 짧게라도 기록으로 남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특별한 일들만을 기록하는 일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늘의 기분, 오늘의 날씨, 그리고 오늘의 사람들. 사소한 한 줄, 특별할 것 없는 기록들이 쌓여 언젠가는 여러분만의 방향과 기준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가 끝나갈 때쯤 잠시 그 하루를 붙잡아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