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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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일 “당신의 취향은 누가 만드는가 - AI 추천 알고리즘의 빛과 그림자” <이경주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오늘은 여러분께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주에 본 영상이나 드라마, 직접 찾아서 보셨나요?" 아마 많은 분이 잠깐 머뭇거리실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를 켜면 화면 가득 추천 콘텐츠가 쏟아지고, 유튜브를 열면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영상이 이미 줄지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AI가 먼저 골라둔 것 중에서 고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늘은 바로 이 이야기, 우리 일상 깊숙이 들어온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려 합니다. 추천 알고리즘이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내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서 내가 다음에 볼 것 같은 콘텐츠를 예측하고 보여주는 AI 기술입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어떤 영상을 얼마나 오래 봤는지, 어디서 멈췄는지, 어떤 장면을 다시 돌려봤는지, 어떤 시간대에 접속하는지를 모두 기억하고 학습합니다. 단순히 내가 클릭한 것만이 아니라, 내가 클릭하려다 멈춘 것,

스크롤을 잠깐 멈춘 것까지도 데이터로 쌓입니다. 그렇게 쌓인 수천, 수만 개의 데이터가 모여서  '이 사람은 이런 콘텐츠를 좋아할 것'이라는 예측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편리합니다. "어? 이런 영상이 있었어?" 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만나기도 하죠. 실제로 넷플릭스에서 시청되는 콘텐츠의 80% 이상이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발견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스스로 찾아보는 콘텐츠보다,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콘텐츠를 훨씬 더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순간 내가 보는 콘텐츠들이 전부 비슷한 느낌과 주제로 채워지고, 심지어 같은 방향의 시각을 담은 것들뿐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것을 전문가들은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고 부릅니다.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서 보여주다 보니, 마치 나만의 거품 속에 갇히는 것처럼 특정 시각의 정보와 문화만 반복해서 접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미국의 미디어 활동가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저서 『생각의 조종자들』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듣고 싶은 것만 들려주는 보이지 않는 편집자"라고요. 예를 들어 요리 콘텐츠를 즐겨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유튜브 피드가 온통 요리 영상으로 채워지고, 세상에 다른 이야기는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정치나 사회 이슈입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동의하는 주장, 내가 좋아요를 누른 뉴스와 비슷한 것만 계속 추천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이 한쪽으로 굳어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알고리즘 기반 콘텐츠 소비가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내가 접하는 세상이 실제 세상의 전부가 아닌데, 알고리즘 안에 있으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추천 알고리즘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광활한 콘텐츠의 바닷속에서 내가 관심 있는 것을 빠르게 찾아주는 것은 분명한 편리함입니다. 좋아하는 장르의 숨겨진 명작을 발견하게 해주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취미를 열어주기도 합니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하도록 두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은 내 '성장'보다 내 '머무름'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불편하지만 필요한 콘텐츠보다, 편하고 익숙한 콘텐츠를 더 자주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음 시간에는 알고리즘에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문화를 즐기는 주체가 되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함께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