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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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4일 “사형수 김대중의 예언,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응답” <김춘식 동신대학교 에너지경영학과 교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동신대학교 김춘식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인 1981년, 청주교도소의 차가운 담장 안에서 죽음 앞에 섰던 한 사형수의 전언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당시 "앞으로 지식산업 사회가 오면 컴퓨터가 사람과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바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야기입니다. 챗GPT로 대변되는 대화형 인공지능 시대를 무려 반세기 전에 꿰뚫어 본 이 예언은 오늘날 우리에게 전율에 가까운 통찰을 줍니다.

 

 이는 단순한 요행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 이후 태동한 인공지능학의 흐름과 최초의 챗봇 ‘엘리자’ 등 선구적인 기술 궤적을 옥중에서도 치열하게 흡수하며 얻어낸 지적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예견이 빛나는 진짜 이유는 기술적 예측을 넘어선 '인본주의'에 있습니다. 그는 AI가 인간의 노동 시간을 줄여줄 때, 인간은 그 남는 시간에 타락하거나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향상'을 꾀해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기술 발전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인간 그 자체여야 함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독일의 직업교육 시스템인 '아우스빌둥'이 지향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독일에서 교육은 단순한 숙련공 양성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인간의 품격을 완성하는 자기 형성 과정인 '빌둥'을 의미합니다. 기술이 우리를 노동의 고통에서 해방시켜 준다면, 우리는 그 시간을 철학적 성찰과 인격적 완성으로 채워야 한다는 김대중의 사상은 독일의 교육 철학에서 실질적인 모델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라는 시련 속에서도 직업훈련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격상시켰습니다. 그는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 시험을 치르는 주체적 인간을 길러내고자 했습니다. 학벌이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넘어,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창의적인 '신지식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교육 민주화의 시대를 꿈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AI가 주는 안락함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독일 학교들이 디지털과 단절된 시간을 확보해 학생들을 보호하듯, 우리도 AI의 결과물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 윤리적 타당성을 반문하는 '인공지능 문해력' 교육을 서둘러야 합니다.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바로 자유인으로 가는 길입니다.

 

 곧 통합 전남광주의 교육과 행정을 책임질 선출직 정치인을 뽑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후보들의 정책 중심에 교육의 본질과, 우리 아이들이 기술의 도구가 아닌 새로운 르네상스의 주체로 성장할 미래가 담겨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미래를 향해 전언을 보냈던 그 통찰을 기억합시다. 사형수의 담장 안에서 시작된 인본주의적 상상력이 차가운 알고리즘의 시대를 녹이는 따뜻한 해법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