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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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5일 “아이에게 줄 최고의 선물은 부모와 지역의 ‘다정함’이다”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몇 년 전, 결혼을 앞둔 지인에게 집안일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고, 대체로 체력이 더 좋은 남편이 조금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사람이 지치면 뇌에서는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피질의 기능이 약해지고, 감정과 생존 반응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먼저 반응하게 됩니다. 그 결과 사소한 일에도 짜증과 분노가 쉽게 나타나 가정의 평화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체력이 떨어졌을 때 우리 몸과 뇌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얼마 전 그 지인이 “다정함은 체력에서 나온다”라는 문장이 담긴 책의 한 페이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출산을 고민하던 중, 제가 했던 조언이 떠올랐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육아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다정한 부모가 되는 것은 마음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피로가 쌓이면 마음의 여유는 사라지고, 부모는 아이에게 충분한 정서를 주기 어려워집니다. 그 결과 육아는 더 힘들고 부담스러운 일이 됩니다. 저는 저출산의 근본적인 이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체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출산을 주저하게 만들고, 결국 인구 감소로 이어집니다.

 

 이 저출산은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지역이 점점 힘을 잃고 유지되기 어려워지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지금은 소멸 위험 지역이 아닌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지역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역도 사람과 같습니다. 체력이 부족하면 여유가 사라지고, 여유가 없으면 서로를 밀어내게 됩니다. 결국 많은 지역들이 인구와 기업을 끌어오기 위해 제로섬 경쟁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전남과 광주가 하나의 도시로 통합된다면 단순히 규모가 큰 도시가 아니라 체력이 강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체력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저는 그 해답 중 하나가 에너지에 있다고 봅니다. 풍력, 태양광, 수소, 그리고 이를 연결하는 전력망까지 대한민국 에너지의 기반이 바로 이 지역에 있습니다. 이 자원을 토대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RE100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며, 재생에너지 자립률을 높여간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단순한 지역을 넘어 대한민국을 이끄는 ‘에너지 체력’의 도시가 될 수 있습니다.

 

 체력이 강한 도시는 더 이상 경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른 지역의 부족을 채워주고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냅니다. 서로 빼앗는 도시가 아니라 서로를 살리는 도시, 제로섬이 아니라 상생의 도시가 되는 것입니다. 결국 가정도, 사회도, 지역도 같은 원리로 움직입니다. 결국 체력이 있어야 다정해질 수 있습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에너지라는 체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정한 도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