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 보기
2026년 5월 6일 “변화의 시작, 데이터” <백지환 광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안녕하세요. 광주대학교 백지환입니다. 저는 광주대학교 기업가정신센터와 RISE사업단 ELL센터에서 청년들과 지역의 다양한 도전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실패를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 즉 시스템 사고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다음 질문입니다. 그 구조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시작이 아주 단순한 곳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기록입니다. 우리는 매일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선택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험은 그 순간에 머물고 사라집니다. 그래서 같은 문제가 다시 반복됩니다.
저는 이 ‘기록’의 힘을 유학 시절에 가장 크게 느꼈습니다. 처음 유학을 결심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하든, 반드시 기록을 남겨라.” 그때는 잘 몰랐지만 연구를 시작하면서 실험 과정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조건에서 했는지, 왜 그렇게 했는지, 무엇이 실패였는지까지. 처음에는 단순한 메모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 기록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이 반복되는지,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어떤 조건에서 결과가 달라지는지가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 기록들이 결국 박사과정 논문의 기반이 되었고, 유학생활을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기록이 쌓여 만들어준 구조의 이해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도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건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가?” 리빙랩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를 바로 해결하기보다 왜 반복되는지를 먼저 기록합니다. 이 과정이 쌓이면 문제는 더 이상 막막한 일이 아니라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문제는 달라 보이기 시작합니다. 막연했던 상황이 설명 가능한 상태로 바뀌고, 설명 가능한 문제는 바꿀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록이다. 기록이 없으면 경험은 감정으로 남고, 감정은 반복을 만듭니다. 하지만 기록이 쌓이면 패턴이 보이고, 구조가 보이고, 바꿀 수 있는 지점이 보입니다.
혹시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도 그냥 지나치고 계시지는 않으신가요? 오늘 하루, 딱 하나만 기록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언제, 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는지. 그 작은 기록 하나가 전혀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이렇게 느끼게 됩니다. “아, 이건 우연이 아니었구나.”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