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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7일 “인류보다 먼저 발전소를 만든 바다” <임하리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부관장>
여러분,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발전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시나요? 정답은 원자력도, 석탄도 아닙니다. 바로 바다입니다. 인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발전소를 세웠습니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만들고, 원자력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제는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을 활용해 더 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다로 돌려보면 우리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다는 이미 오래전부터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고, 저장하고, 순환시키는 거대한 자연의 발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다에는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는 생물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물이 바로 전기 가오리와 전기 뱀장어입니다. 이 생물들은 몸 속에 수천 개의 전기세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포들이 동시에 작동하면 순간적으로 수백 볼트에 이르는 전기가 만들어집니다. 놀랍게도 이 구조는 우리가 사용하는 배터리의 원리와 매우 비슷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생물의 구조를 연구하면서 생체 배터리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자연은 이미 오래전부터 살아 있는 전기 발전 시스템을 만들어 지구 위에서 작동시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단순히 신기한 생물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과학자들은 전기 생물의 구조를 연구하면서 새로운 에너지 기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는 거대한 에너지입니다. 바다 속을 흐르는 조류 역시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파도와 조류의 힘을 이용해 전기를 만드는 해양에너지 기술을 연구하고 있죠.
그리고 바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아주 작은 생명체, 바로 식물성 플랑크톤입니다. 이 미세한 생물들은 광합성을 통해 지구 산소의 절반 이상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역시 대부분이 바다에서 만들어집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생명체들이지만, 지구의 공기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해 보면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지구의 에너지와 생명을 유지하는 거대한 자연 발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방법도,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방법도, 그리고 생명이 공존하는 방법도 자연은 이미 수억 년 동안 먼저 실험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AI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며, 인류의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변화하고 있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기술의 미래는 자연을 이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는 데 있다고 말입니다. 자연을 닮은 기술, 자연과 함께 작동하는 기술, 그리고 자연을 존중하는 기술. 그런 기술이야말로 인류의 미래를 지탱하는 진짜 기술일 것입니다.
바다는 이미 오래전부터 그 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연과 기술이 공존할 때, 인간의 미래도 지속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