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5월 28일 “도파민 터지는 세상” <고영엽 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 도파민(dopamine)은 ‘쾌락 호르몬’이라고도 불립니다. 분비되면 쾌감과 만족감을 느끼고, 뇌는 이 즐거움을 기억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듭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사회에선, 어디를 가나 ‘도파민’이라는 말이 들립니다. ‘짜릿한 재미’를 뜻하는 유행어가 되어, ‘중독될 만큼 재미있다’ 혹은 ‘쾌감’ 정도의 의미로, ‘도파민 폭발 또는 터짐’, ‘도파민 뿜뿜 나옴’, ‘도파민 충전됨’ 등의 표현이 일상에서 흔히 쓰입니다. 

 

 원래 도파민은 우리 뇌의 쾌락과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있어, 동기부여, 기억, 집중력, 행동까지 다양한 뇌 기능에 깊게 관여하는 고마운 화학 물질이지만, 너무 강하게, 반복적으로 분비되면 중독에 빠지게 됩니다. ‘도파민 중독(dopamine addiction)’이 정확한 학술적 용어가 아님에도, 현대인의 중독 현상을 뇌과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애나 렘키 박사는 자신의 세계적 베스트셀러 ‘도파민네이션(Dopamine Nation)’에서 쾌락과 고통의 균형, 도파민 분비 증가, 내성, 중독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인터넷, 도박, 게임 등, 즉각적인 보상과 강렬한 자극을 추구하는 행동들이 도파민을 과도하게 자극하게 되는데, 뇌는 그 자극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고, 이때 도파민 중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끝없이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는 우리에게 ‘공짜 선물’ 같은 즐거움을 줍니다. 하지만 이런 재미에 익숙해지면, 우리 뇌는 마치 팝콘이 팡팡 터지듯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고 일상적인 만족감과 잔잔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팝콘 브레인’ 상태가 되기 쉽고, 이로 인해 불안감과 기분 저하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힘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무한 자극 추구’에서 비롯된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센 자극을 쫓아 잃어버린 그 소중한 ‘공간’과 도파민에 내어주고 만 ‘자기 선택의 시간’을 찾아야 합니다. 

 

 도파민이 주는 즐거움은 마치 매운 음식과 같아서 먹을수록 더 강한 맛을 찾게 됩니다.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점차 강한 자극을 찾는 가속적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작 필요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심심함’과 ‘조용함’, 그리고 ‘느림’과 ‘여유’입니다.

 

 뇌에게 쉴 틈을 주는 것은 뒤처지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준비입니다. 이제 내 삶에, 그리고 내 마음에 ‘쉼표’를 찍어보았으면 합니다. 찰나의 짜릿함이나 팝콘처럼 튀겨지는 마음보다, 고요한 일상 속 스스로 내린 선택이 주는 안정감이 우리 삶을 훨씬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