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 보기
2026년 6월 8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에너지 수도를 꿈꾸며”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어느새 동요가 일상 속으로 스며들곤 합니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들었던 노래를 다시 마주하기도 합니다. 그중 하나가 ‘어른들은 몰라요’입니다. 어릴 때는 별생각 없이 부르던 노래였는데, 부모가 되고 나니 제목부터 다르게 다가옵니다. 아이를 위해 산다고 하면서도 정작 아이의 마음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다 키운 선배 세대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러한 생각은 더욱 깊어집니다. 아이가 잠든 새벽빛을 가르며 출근하고, 다시 아이가 잠든 밤의 달빛을 받으며 퇴근하던 시절. 아이를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아이가 자라는 하루하루에는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의 고백입니다. 처음 아이를 품에 안던 날의 다짐도 하루하루를 버티듯 달리는 사이 삶의 무게 속에 묻혀버렸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이는 어느새 훌쩍 커 버렸다는 회한이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연스레 제가 걸어온 시간도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20년 가까이 이 지역에서 에너지를 연구해 왔습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품었던 마음은 명확했습니다. 더 좋은 에너지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논문과 특허, 과제와 평가가 반복되다 보면 어느 순간 연구가 향해야 할 ‘사람’보다 눈앞의 ‘성과’에 더 마음을 쏟게 될 때가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연구였으나, 어느덧 연구를 위한 연구에 머무는 순간입니다.
며칠 전 지방선거가 끝나고 이제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많은 정책가가 이 지역의 비전으로 ‘에너지 수도’를 이야기해 왔고, 저 역시 연구자로서 그 방향성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잠시 멈춰 생각해 보면 에너지 수도의 성패를 결정하는 것은 화려한 기술이나 막대한 예산만은 아닙니다. 결국 본질은 ‘사람’입니다.
에너지 수도의 핵심에는 재생에너지가 있고, 그 출발점에는 지역민의 신뢰와 참여가 있습니다. 햇빛과 바람이 아무리 풍부해도 주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미래의 에너지가 될 수 없습니다. 주민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될 때 햇빛은 ‘햇빛연금’이 되고, 바람은 ‘바람연금’이 되며, 우리 지역은 국가 전력계통과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육아도, 에너지 연구도, 에너지 수도의 미래도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 육아도 사람이고, 연구가 닿아야 할 곳도 사람이며, 에너지 수도를 완성할 주체 또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쁘게 달리는 사이 수단이 목적이 되고, 과정이 본질을 가리며, 처음의 마음을 조금씩 잃어버리곤 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내가 누구를 위해 이 길을 시작했는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입니다. 바쁘게 달려온 걸음을 멈춰 세울 용기를 내는 그 순간, 우리는 처음 품었던 마음과 다시 만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