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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9일 “우승, 덕아웃 뒤편 사람들” <이태민 정형외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당신의 하루를 생각하는 정형외과 의사 이태민입니다.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기아타이거즈의 팀 닥터를 2024년 우승 이후 내려놓았으니, 어느덧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그때의 기억들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우승을 향해 달려가던 한국시리즈 대구 원정길. 좁디좁은 숙소 한편에서, 트레이너들과 함께 새벽까지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던 시간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았던 하루. 다친 부위를 살피고 내일도 뛸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던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우리는 흔히 야구장의 주인공을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비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의료 분야만 보더라도, 팀닥터와 필드닥터, 자문위원, 그리고 누구보다 선수들 곁을 지키는 트레이너들이 있습니다. 고 임수혁 선수의 안타까운 사고 이후, 현장 응급의료체계는 더욱 중요해졌고 필드닥터는 이제 경기장에서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습니다.
관중들의 시선은 공을 따라 움직이지만, 필드닥터의 눈은 선수들을 향합니다. 덕아웃에 있다는 설렘은 잠시, 긴장어린 시선으로 선수들의 걸음걸이와 표정, 몸짓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바라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역동적인 장면이지만, 필드닥터에게는 부상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맡았던 팀닥터의 일은, 경기 시간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경기 전에는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코칭스테프와 오늘의 경기를 논의합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부상을 체크하고 회복 과정을 돕습니다. 새벽에도, 휴일에도, 비시즌에도 전화는 계속해서 울립니다. 어쩌면 팀닥터는, 선수들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건강을 지켜주는 보건선생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MLB 진출을 꿈꾸는 우리의 슈퍼스타도, 새벽에 39도의 고열이 나면 그저 걱정스러운 환자이며, 동생일뿐입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직접 차를 몰고 데리러 가던 새벽들, 심각한 부상속에서 정신없이 처치하고 조율하던 시간들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승콜이 울리고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던 순간, 그 모든 기억들은 하나의 추억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2024년 우승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와 환호성을 기억합니다. 우승 반지의 무게는 결코 선수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 반지에는 선수들의 땀뿐 아니라 트레이너들의 헌신, 의료진의 열정, 코칭스태프의 고민, 그리고 이름 없이 자신의 자리를 지켜낸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함께 새겨져 있습니다. 야구장의 진짜 이야기는, 어쩌면 그라운드가 아니라 덕아웃 뒤편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말 야구장을 찾으실 예정이신가요? 그러시다면 잠시 선수들 뒤편을 바라봐 주십시오. 덕아웃 한쪽에서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름 모를 많은 사람들을 한번쯤 바라봐주시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