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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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1일 “공유지의 비극과 햇빛 연금” <최유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교수>

 안녕하십니까. 전남대학교 최유준입니다. 오래된 경제학 우화 하나를 떠올려 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양을 풀어놓을 수 있는 마을 공동 목초지가 있어서 사람들이 저마다 양을 더 들여보내다 보면 결국 풀밭은 망가지고 만다는 이야기지요.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개럿 하딘이 발표한 ‘공유지의 비극’ 우화입니다. 이 비유는 한동안 자연법칙처럼 통용되었고, 함께 쓰는 자원은 사유화하거나 국가가 통제해야 한다는 처방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이 비유에 정면으로 의문을 제기한 학자가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입니다. 그는 세계 곳곳의 어촌과 산촌, 관개수로와 임야를 발로 뛰며 살핀 결론을 다음과 같이 간추렸습니다. 비극은 공동 소유 그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 자원을 쓰는 사람들이 함께 규칙을 만들고 운영해 본 경험이 없을 때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공동체가 스스로 합의하는 구조만 자리 잡으면 공유 자원은 시장이나 국가보다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유지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에 대한 오스트롬의 이러한 반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최근에는 ‘공유지’라는 용어보다 ‘커먼즈(commons)’라는 말이 더 자주 쓰입니다. ‘함께 쓰는 땅’이라는 좁은 뜻에서 나아가, 자연 자원은 물론 지식과 데이터, 마을의 기억과 문화 자산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커먼즈의 문제는 지역 자치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습니다. 최근 대두되는 쟁점을 다음 두 방향에서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문화입니다. 지역에 흩어진 역사 자료와 구술 기억, 전통 예술의 현장을 디지털 기술과 AI로 아카이빙해, 지역민이 함께 쓰는 공동 자산으로 만드는 일이지요. 

 

 또 하나는 산업과 에너지입니다. 지역에서 창출되는 AI 산업과 햇빛·바람 에너지의 수익을 지역민에게 환원하는 것입니다. 자주 거론되는 사례가 신안의 햇빛연금입니다. 전남 신안군은 섬과 바다 위 태양광 발전 수익의 일부를 지역민에게 분기마다 배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인류의 공유 자산들이 일부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될 위기에 자주 봉착합니다. 예컨대 최근 AI 기술의 발전과 이른바 빅테크 기업의 성장 속에서 우리의 지적·문화적 공유 자산이 너무 쉽게 기업의 막대한 사적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신안의 햇빛연금 사례에서 액수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햇빛은 우리 모두의 자원’이라는 감각을 일상에 새겨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모델은 풍력으로, 데이터센터나 AI 인프라로도 충분히 확장될 수 있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행정과 제도, 기술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스트롬이 보여주었듯, 공유 자원을 살아 있게 만드는 힘은 그 자원을 일상에서 마주하는 주민들의 참여와 신뢰입니다. 오스트롬의 주장대로 ‘공유지의 비극’은 자원이 공동의 것이라는 사실 자체에서가 아니라, 그 자원을 함께 돌볼 공동체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