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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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6월 12일 “초록 그늘 아래 미술관 산책” <변길현 광주시립 하정웅미술관장 >

 여러분, 푸르름이 한창인 초여름입니다. 오늘은 제가 있는 곳이라서 꺼내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제 생각에 도심 속 쉼터와 같은 공간이라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 준비했습니다. 바로 농성동 상록공원에 자리한 하정웅미술관입니다. 

 

 상록공원과 하정웅미술관은 1982년 건립되었던 구 전남도지사 공관과 정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기 위해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조성된 곳입니다. 그만큼 조경도 잘 되어있고, 건물 자체도 문화재급입니다.

 

 대로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공원 안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건 눈이 시원해지는 상록공원의 녹음입니다. 싱그러운 나무들이 뿜어내는 초록 그늘 속을 조용히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쌓인 번잡한 생각들이 서서히 걷히는 기분이 듭니다. 산책을 마치고 미술관 안 카페 창가에 앉아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푸른 공원을 바라보며 마시는 시원한 차 한 잔은, 그 어떤 유명 휴양지 부럽지 않은 아늑함을 선물해 주지요.

 

 하정웅미술관 안으로 들어서면, 한국 미술계의 위대한 유산으로 손꼽히는 ‘하정웅 컬렉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하정웅 명예관장이 평생에 걸쳐 수집하고 기증한 귀한 작품들인데요. 굴곡진 역사와 인권, 평화의 가치가 담긴 거장들의 숨결을 마주하고 있으면, 하정웅컬렉션을 일컫는 “기도의 미술”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평화와 구원을 기도하는 정신이 미술관 벽면 가득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주에 이곳을 꼭 찾아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지금, 광주시립미술관 광주청년작가로 선정된 이조흠 작가의 초대전, 《S.O.S》전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의 일상을 회화와 조각, 설치미술로 위트 있게 풀어낸 전시인데요.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내면을 거울처럼 비추어 보며, 청년만의 시각으로 신선한 자극과 깊은 공감을 안겨줍니다. 저도 강력하게 추천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바쁜 일상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나만을 위한 미술관 산책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름만 듣던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우리 지역 청년작가의 신선한 에너지를 느껴보는 시간. 그리고 상록공원의 푸르름을 바라보며 마시는 차 한 잔은 애청자 여러분에게 작은 기쁨과 휴식을 선사할 것입니다. ‘우리 곁에 이토록 멋진 곳이 있었구나’ 하는 행복한 발견을 하시게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