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6월 19일 “거짓말과 권력” <허승준 광주교육대학교 총장>

 권력은 언제나 진실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권력은 진실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를 더 사랑해 왔습니다. 정치 권력은 국민을 움직여야 하고, 경제 권력은 소비자를 움직여야 하며, 사회 권력은 여론을 움직여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너무 불편하고 느리기 때문에, 권력은 단순하고 강렬한 이야기, 즉 쉽게 믿을 수 있는 이야기를 선택합니다. 비록 그것이 거짓말이라도 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나치 독일의 선전입니다. 독일의 선전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는 ‘거짓말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 말을 정말 했는지에 대한 논쟁은 있지만, 그 의미는 실제 나치의 전략으로 실행됩니다. 유대인을 독일 경제 파탄의 원인으로 몰아 공포와 증오를 주입했습니다. 그 결과 이 거짓말은 홀로코스트라는 인류 최악의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짓말이 단지 속이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사고를 마비시키고 감정과 기억, 심지어 상식까지도 왜곡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권력은 왜 거짓말을 사용할까요? 첫째, 두려움을 조장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공포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어 선동에 쉽게 휩쓸리게 합니다. 둘째, 적을 만들어 결집시키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문제는 저들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는 언제나 강력합니다. 셋째, 책임을 감추기 쉽기 때문입니다. 실패한 정책도, 무능도, 모두 조작된 이야기로 덮어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국민 역시 그 거짓말에 협력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종종 속았다고 말하지만, 때로는 스스로 속고 싶어 합니다. 내가 지지하는 집단이 옳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내 편의 거짓은 쉽게 용서하고, 상대편의 거짓에는 과도하게 분노합니다.

 

 권력의 거짓말은 언제나 권력자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고 확산하는 대중과 함께 완성됩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의심하는 시민입니다. 누군가 지나치게 단순한 해답을 말할 때, 누군가 특정 집단에 모든 책임을 돌릴 때, 누군가 ‘나만 진실을 안다’고 외칠 때, 우리는 박수보다 의심과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부정한 권력일수록 진실을 독점하고 거짓말에 의존하는 성향을 가집니다. 이러한 권력이 독재자를 만들고, 체제 유지를 위해 사고가 마비된 부역자와 지지세력을 양산합니다. 이런 권력은 거짓말이 달콤합니다. 간단하고 힘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진실은 복잡하고 불편합니다. 힘이 들고 때로는 내가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권력의 거짓말을 방치한 사회는 결국 더 치명적인 대가를 치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정직한 권력이 아니라, 권력의 말을 끊임없이 검증하는 시민의 비판적 사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