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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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22일 “광주, 재생에너지 갈라파고스가 될 것인가?”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상상해보세요. 어느 날, 광주 경제를 지탱하던 완성차 부품업체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하나둘 제외되기 시작합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단 하나의 이유, 공장을 돌리는 전기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것, 즉 기업이 쓰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RE100’이라는 글로벌 요구를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광주가 집중해 온 AI 산업도 비켜가지 않습니다. 거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가 확보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이 외면하는 ‘빈 껍데기’ 시설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광주의 미래 전략 산업이 ‘에너지’ 조건 하나에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위기 상황입니다. 그 결과는 냉혹합니다. 공급 계약은 취소되고, 납품길이 막힌 공장 마당에는 재고만 쌓여갑니다. 가동률이 떨어진 공장은 폐업의 기로에 서고, 수많은 노동자가 일터를 잃는 상황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시나리오는 결코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광주 인구는 7만 명 넘게 줄었고, 최근에는 140만 선마저 무너졌습니다. 특히 인구 유출의 절반 이상이 도시의 미래인 2030 청년층이라는 점은 매우 뼈아픈 대목입니다. 치솟는 공실률로 인해 거리 곳곳에서 ‘임대’ 안내문을 마주하는 것은 이미 우리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더욱 두려운 사실은 RE100이 본격적인 무역 장벽으로 작동하기 전임에도 이미 침체가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에너지 장벽이 현실화되는 순간, 광주의 쇠퇴는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입니다.

 

 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광주는 재생에너지 자립을 위한 태양광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거대한 산업의 에너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나아가야 할 또 다른 길인 전남과의 협력 역시 쉽지 않습니다. 전남의 재생에너지 상당수는 이미 수요기업들이 선점했거나, 전남 스스로도 미래 산업 전환을 위한 자체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광주는 재생에너지라는 거대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으면서도 정작 마실 물은 없는 고립된 섬, ‘재생에너지 갈라파고스’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광주의 침체는 곧 전남 경제의 위기로 직결됩니다. ‘경제 혈맹’ 광주의 지갑이 닫히는 순간, 전남의 농가와 상권까지 생존의 터전을 잃고 뿌리째 흔들리는 동반 침체가 시작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광주·전남 행정통합'이라는 큰 틀 아래, 끊어진 혈맥을 잇는 ‘광주·전남 상생형 휴먼 그리드’를 가동해야 합니다. 단순히 전기를 공급받는 관계를 넘어, 사람과 경제가 하나로 묶이는 운명공동체로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그 실천적 모델로 광주 시민과 기업이 전남 발전소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전남은 '에너지 연금'을 받고, 광주는 ‘생존 에너지’를 확보하는 상생의 길입니다. 오랜 세월 삶을 공유해 온 광주와 전남이 다시 단단히 손을 맞잡을 때, 비로소 우리의 지속 가능한 미래도 시작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