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7월 22일 “영광 염전 장애인노동자 사건이 지역사회에 던지는 과제” <김현희 글로컬정책연구원 이사>

 한 사회의 품격은 가장 약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됩니다. 경제적 성장이나 화려한 외형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회적 약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관점은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보편적 복지의 사회보장 원리로서, 최근 우리 지역의 영광에서 발생한 장애인 노동자 감금 및 노동 착취 사건은 우리 지역사회의 인권 수준과 공동체 의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중대한 사회적 경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은 오랫동안 공동체 정신과 상생의 문화를 소중한 가치로 이어온 지역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함께 돌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미덕으로 여겨왔습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웃이 오랜 시간 사회의 보호망 밖에서 고통을 겪었다면 우리는 공동체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특정 사업주의 일탈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물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법에 따라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러나 처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사회적 약자가 장기간 구조받지 못한 배경에는 행정의 감시체계, 지역사회의 관심, 복지 전달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권은 제도가 존재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실현됩니다.

 

 특히 통합 전 전남은 농어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장애인과 고령자,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취약계층의 노동 참여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동시에 인권 보호체계를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노동과 복지, 인권정책을 각각 분리해서 접근하기보다 사람 중심의 통합적 정책체계를 마련해야 할 시점입니다.

 

 또한 지역사회의 역할도 더욱 중요합니다. 인권은 국가만의 책임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시민사회, 언론, 교육기관이 함께 지켜야 할 공동의 가치입니다. 특히 대학은 지역사회의 지성으로서 인권교육과 연구, 정책 개발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이라면 지역사회가 직면한 인권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지역의 오명으로만 기억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지역사회가 스스로를 성찰하고 더욱 성숙한 인권 공동체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어야 합니다. 문제를 감추는 공동체는 발전할 수 없지만, 문제를 직시하고 개선하는 공동체는 더욱 큰 신뢰를 얻게 됩니다. 위기는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성찰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출발점이 됩니다.

 

 무엇보다 인권은 특정 계층만을 위한 가치가 아닙니다. 오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침해된다면 내일은 우리 모두의 권리가 위협받을 수도 있습니다. 영광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우리 지역사회 전체가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를 다시 성찰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가장 약한 사람의 삶을 끝까지 보호하는 사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진사회이며 지역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지역이 인권을 가장 소중한 가치로 실천하는 지역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그것이 우리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며, 미래 세대에게 더욱 신뢰받는 공동체를 물려주는 길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