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7월 23일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슬픈 거짓말” <임민엽 수의사>

 여러분은 평소에 고맙다 혹은 미안하다는 표현을 자주 하시나요? 우리는 흔히 오랜 시간을 함께한 가족이나 연인 사이에 굳이 말 안 해도 내 마음 다 알지? 하며 말을 아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의사로 진료실을 지키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말이 얼마나 슬픈 거짓말인지, 그리고 우리가 상대의 아픔을 얼마나 쉽게 놓치고 마는지 깨닫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수의학을 배우며 가장 먼저 마주하는 동물의 본능 중 하나는 바로 아픔을 감추는 것입니다. 야생에서 아픈 모습을 보였다간 곧바로 천적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죠. 특히 고양이는 몸 안에서 커다란 통증이 생겨도, 겉으로는 평소와 다름없이 밥을 먹고 놀며 덤덤하게 하루를 보냅니다. 그래서 가끔 병원을 찾은 아이의 검사 결과가 생각보다 좋지 않을 때, 진료실은 순식간에 눈물바다가 되곤 합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놀았는데, 정말 그렇게 많이 아팠던 건가요? 하며 자책하는 보호자 분들을 마주할 때마다 제 마음도 참 무거워집니다. 동물들은 온 힘을 다해 아픔을 숨겼고,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그저 아무 일 없으려니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죠.

 

 문득 진료실 문을 나서며 어쩌면 우리 사람도 동물들과 참 닮아있지 않은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역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내 마음의 아픔을, 외로움을 잘 숨기며 살아갑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 이곳저곳이 아파오지만 자식들이 걱정할까 봐 아무렇지 않다며 걱정 말라고 말씀하시는 부모님의 목소리. 직장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서도 가족들 앞에서는 짐짓 밝은 표정으로 늘 괜찮다며 방으로 들어가는 남편이나 아내의 뒷모습처럼 말이죠.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마음의 통증을 숨긴 채 덤덤한 척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밝은 표정과 씩씩함에 속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심지어 외면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리 깊은 사랑도, 표현하지 않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상대방의 속앓이를 결코 알 수 없습니다. 동물들이 밥을 조금 덜 먹거나 유난히 잠이 많아지는 것으로 아픔을 표현하듯,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람들도 피곤하다, 오늘 날씨가 너무 우울하네 같은 아주 사소한 말과 행동으로 외로움의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마음은 말로 표현할 때 비로소 와닿고, 진심은 전할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무심한 믿음 대신, 오늘은 꼭 소리 내어 따뜻한 진심을 전해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수의사 임민엽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