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광주MBC 라디오칼럼

월 화 수 목 금
11시 00분

칼럼 전문 보기

2026년 10월 9일 “진짜 한글 창제일은 언제일까요” <손희하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안녕하세요? 오늘은 한글날에 관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한글날은 한글의 생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그런데 한글의 생일은 남과 북이 서로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지키지만, 북한은 1월 15일 을 '훈민정음 창제 기념일'로 기념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이야기는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조선어연구회는 일제강점기에 민족의 말과 글을 지키고 정신을 북돋우기 위해 음력 9월 29일을 '가갸날'로 정했습니다. 세종 28년, 곧 1446년에 훈민정음이 반포됐다고 보고, 그 480돌을 기념한 것이지요.

 

그런데 날짜를 정하는 과정에서 실록에 훈민정음이 두 번 만들어졌다고 나와 문제가 됐습니다. 세종 25년 실록에는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이름을 훈민정음이라 하셨다"고 기록되어 있고, 세종 28년 실록에는 "이 달에 훈민정음을 이루었다"고 되어 있어서요. 

 

 당시 연구자들은 세종 25년에 글자를 만들고 시험한 뒤, 세종 28년에 반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런데 1940년 안동에서 훈민정음 해례본 원본이 발견되면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책 끝에 세종 28년 음력 9월 상순에 이 책을 지었다고 적혀 있었지요.

 

 따라서 세종 28년 실록에 나오는 '훈민정음'은 글자 자체가 아니라, 글자의 원리와 사용법을 설명한 책, 곧 해례본을 가리킨 것이었습니다. 세종 25년은 훈민정음 글자를 창제한 해이고, 세종 28년은 훈민정음 해례본을 완성하고 간행한 해였지요.

 

 우리나라의 10월 9일은 이 해례본의 간행일을 기준으로 정한 것이고, 북한의 1월 15일은 훈민정음 글자를 창제한 날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요 그래서 한글의 나이 햇수도 차이가 나지요.

 

 처음 '가갸날'로 부른 한글날은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고, 1934년에 까지는 음력 9월 10일로 지내다가, 광복 뒤인 1945년 오늘의 10월 9일로 확정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훈민정음 해례본이 세상에 나온 날을, 북한은 글자를 창제한 날을 기념하고 있는 셈입니다. 같은 문자를 기념하면서도 서로 다른 생일을 지키는 까닭, 이것이 바로 한글날에 숨은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남북이 기념하는 한글의 두 생일에는 이런 역사적 사연이 담겨 있음을 말씀드렸습니다. 전세계 언어학자들에게 과학성. 독창성을 높이 평가 받아온 한글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