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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13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걸까요”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얼마 전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돈에 대해 가르쳐야 해요.”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이에게 예의도 가르치고 공부도 가르치면서, 유독 돈 이야기는 조심스러워합니다. 돈을 너무 일찍 이야기하면 아이가 물질적으로 자라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평생 돈을 사용하며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가르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돈이 많다고 행복까지 비례해서 커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것은 계속 생기고,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지키고 관리할 고민도 늘어납니다. 결국 돈을 가르친다는 것은 ‘더 많이 가지는 법’보다 ‘얼마나 있으면 충분한지를 아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많으면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이 에너지 분야에도 있습니다. 바로 전기입니다. 우리는 전기가 부족하면 정전이 되니 발전량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전기는 매 순간 만드는 양과 사용하는 양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그 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숫자가 바로 ‘60헤르츠’입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소와 공장, 빌딩과 가정은 하나의 전력망으로 연결되어 이 60헤르츠라는 박자를 맞추며 움직입니다.
전기가 너무 부족하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많이 공급되면 이 박자가 흔들릴 수 있습니다. 흔들림이 커지면 전력설비가 보호를 위해 계통에서 분리되고, 상황이 악화되면 대정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전기의 세계에서도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보다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 공급하고 조절할 수 있느냐’입니다.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날수록 이 능력은 더 중요해집니다. 햇빛과 바람은 늘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과 함께 남는 전기를 저장할 ESS, 필요한 곳으로 보내줄 전력망, 발전량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AI 기술도 함께 필요합니다. 결국 앞으로는 전기를 많이 만드는 지역보다, 만들어진 전기를 필요할 때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지역이 더 큰 경쟁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전남광주도 이제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이라는 말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 에너지를 얼마나 잘 저장하고 연결하고 활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더 나은 삶으로 바꿀 것인지가 다음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풍부함은 출발점일 뿐, 그것을 가치로 바꾸는 능력이 지역의 경쟁력을 결정합니다.
언젠가 전남광주가 햇빛과 바람이 많은 곳을 넘어, 풍부한 에너지를 가장 잘 다루는 지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면 합니다. 새로운 산업이 자라고 기업과 사람이 모이며, 에너지가 지역의 삶을 실제로 바꾸는 곳. 우리 아이들이 자라 이곳을 바라볼 때, “우리 지역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자연의 선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