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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월 13일 “화 속에서 복을 찾아내는 힘”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미국 앨라배마주의 작은 도시 엔터프라이즈에는 특별한 동상이 서 있습니다. 한 여인이 머리 위로 커다란 벌레를 받쳐 들고 있고, 아래에는 그 벌레를 ‘번영의 전령’이라 부르는 글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 벌레는 목화바구미였습니다. 20세기 초 목화 농사에 의존하던 엔터프라이즈는 바구미의 확산으로 수확량이 급감해 생계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목화밭의 회복만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작물을 심어 농업 구조를 바꾸었고, 대표적인 땅콩 생산지로 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바구미를 ‘번영의 전령’이라 불렀지만, 재앙이 저절로 번영을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들이 도시를 다시 일으킨 것입니다.
노자의 『도덕경』에는 “화는 복이 기대어 있는 곳”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해서 화가 저절로 복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처를 받아들이고 경험에서 배우며, 달라진 현실에 맞춰 다시 나아가는 힘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를 ‘회복탄력성’이라고 부릅니다. 엔터프라이즈의 사례처럼 시련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시련을 통과하며 더 단단한 모습으로 일어서는 힘입니다.
전남광주 역시 회복탄력성의 역사를 지닌 지역입니다. 최근 광주를 찾은 대통령은 지역이 견뎌온 시간을 돌아보며 말했습니다. “얼마나 서럽고 외롭고 슬펐겠습니까, 그 긴 시간을.”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지역민들에게 깊은 위로가 된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전남광주는 아픔 속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전남은 재생에너지 기반을 가꾸었고, 광주는 일찍부터 인공지능 산업에 도전했습니다.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들도 첨단기술을 축적하며 미래를 준비했습니다. 오늘날 재생에너지와 용수, 산업용지, 인공지능 기반은 반도체와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소외가 저절로 기회가 된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가능성이 열린 것입니다.
결국 지역의 회복탄력성은 사람에게서 시작됩니다. 엔터프라이즈를 바꾼 것은 새로운 길을 선택한 농부들이었고, 전남광주의 미래를 준비한 것도 정책을 세운 행정가와 정치인, 현장을 지킨 시민, 기술을 쌓은 연구자와 기업인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런 힘은 어른이 된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실패한 뒤 다시 도전한 경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다른 방법을 찾아본 경험, 힘들 때 자신을 믿어준 부모와 선생님의 말 속에서 자랍니다.
전문가들은 아이의 어려움을 모두 없애주기보다, 믿어주는 어른 곁에서 감당할 만한 실패를 경험하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괜찮아. 다시 한번 해보자.”
그 한마디와 작은 재도전이 쌓여, 훗날 삶과 공동체의 위기 앞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을 만듭니다. 복은 화에 기대어 있습니다. 화 속의 복을 찾아내는 힘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사람이 지역을 바꾸고, 그 힘은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가정과 교실에서 자라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