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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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8일 “K컬처와 한국문화” <최유준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교수>

 안녕하십니까. 전남대학교 최유준입니다. 최근에는 ‘K컬처’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었습니다. K팝과 K드라마는 물론이고 K푸드, K뷰티에 이르기까지 한국에서 나온 거의 모든 문화적 산물 앞에 알파벳 K가 따라붙고 있지요. ‘한국문화’라는 말이 어느새 ‘K컬처’라는 외래어 조어로 대체되고 있는 셈입니다.

 

 ‘K컬처’라는 새로운 명칭에는 분명 긍정적인 면이 있습니다. 좁은 의미의 ‘한국문화’는 오랫동안 ‘민족주의적 본질’을 좇는 사고의 산물이었습니다. 한국적 정체성을 단일하고 순수한 무엇으로 상정했던 것이지요. ‘K컬처’라는 새로운 이름은, 한국 문화가 특히 근현대의 역사를 통과하면서 서양 문화를 포함한 외래문화를 흡수하며 혼종적으로 형성되었다는 사실, 다시 말해 ‘순혈의 한국문화’란 없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을 환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컬처’라는 용어법의 유행에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이 용어법의 기원이라 할 만한 ‘K팝’을 떠올려 봅시다. K팝은 분명 한국에서 형성된 지역 문화이지만, 양식적인 면에서는 영미 팝의 한국적 변주에 가깝습니다. ‘K컬처’라는 새로운 용어를 통해 기존의 ‘한국문화’라는 용어에 담겼던 경직된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것은 좋지만, 자칫 그게 지나치면 한국문화를 초국적 상업문화로 포섭하여 문화적으로 획일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 ‘K컬처’라는 유연한 용어에는 기왕의 ‘한국문화’라는 용어에 내재된 다소 경직된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세계시민주의적 함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시민주의라고 하는 게 모든 문화는 혼종적이어서 문화적 국경 같은 것은 없다는 식의 태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올바른 세계시민주의는 세계 곳곳의 고유한 문화들이 저마다의 색깔과 결을 지키면서 서로를 향해 말을 걸 수 있는 상태, 그 상호 존중과 문화적 소통을 지향하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은연 중에 타문화를 적대시하며 민족주의적 순수성을 고수하는 것도, 국경 없는 문화적 혼종성만을 강조하면서 자기 문화의 고유성을 간과하는 것도 우리 자신의 문화를 생각하는 올바른 접근 태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과연 어떤 문화적 입장에 서야 할까요? 저는 그 답의 실마리가 ‘지역’이라는 ‘민족’보다는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개념에 있다고 봅니다. 이제 ‘한국문화에서 K컬처로의 전환’을 ‘민족에서 지역으로의 전환’이라고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K컬처’의 ‘컬처’라는 영어 뉘앙스가 국경을 넘는 상호문화적 소통의 창을 환기한다면, ‘K’가 가리키는 지역의 풍경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소리풍경으로 예를 들자면, 이 지역에는 케이팝만이 아니라 민요와 판소리, 농악과 시나위가 어우러져 있어야 합니다. 전통에서 비롯된 다양한 지역 문화들이 자기 위치에서 고유의 색채로 살아 있을 때에야 비로소, ‘K컬처’는 폭넓은 세계 시민주의적 지향을 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