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MBC 라디오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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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2일 “유치와 영구치가 준 교훈” <강홍규 GIST 차세대에너지연구소 부소장>

 얼마 전 일곱 살 아들의 이를 닦아주다가 아랫니 안쪽에서 작은 하얀 이 하나가 올라온 것을 발견했습니다. 혹시 이가 잘못 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어 치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유치가 빠지기 전에 영구치가 먼저 올라오고 있다며, 영구치가 바르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유치를 빼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아이는 금세 겁을 먹었습니다. 치료 의자에 앉아서도 제 손을 꼭 붙잡고 "무서워."를 몇 번이나 말했습니다.

 

 저는 "조금만 참으면 돼."라고 말하는 대신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쁘게 웃을 수 있게 도와준 네 유치가 정말 중요한 일을 했단다. 이제는 더 오래 함께할 영구치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고, 그 역할을 이어주는 거야." 아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이를 뽑는 순간에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눈물을 찔끔 흘렸습니다.

 

 그날 우리 가족은 작은 케이크를 사서 초 하나를 꽂고 '첫 유치를 뽑은 날'을 축하했습니다. 조금 전까지 울먹이던 아이는 어느새 활짝 웃으며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나 오늘 유치 뽑았어!"라며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때 두려워합니다. 반대로 그 의미를 이해하면 두려움은 기대와 자부심으로 바뀝니다.

 

 지금 우리 지역은 서남권 반도체 팹이라는 큰 기회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만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지역민과 기업, 대학, 연구기관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힘을 모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역을 지켜온 산업과 기업,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존중, 충분한 소통입니다.

 

 그동안 우리 지역을 지탱해 온 기존 산업이 '이제 우리는 뒤로 밀리는 것 아닐까'라는 불안감을 갖는다면 새로운 산업은 시작부터 갈등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기존 산업이 자신들의 기술과 경험이 미래 산업으로 이어져 더 큰 기회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것을 함께 이해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우리 아이도 처음에는 이를 뽑는 것이 두렵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자 누구보다 먼저 변화를 자랑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지역의 변화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산업은 기존 산업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그 변화는 정책이나 예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해와 존중, 충분한 설명과 사회적 공감이 쌓일 때 비로소 모두가 함께 만드는 변화가 됩니다. 유치는 영구치에게 자리를 빼앗긴 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을 이어주었습니다. 우리 지역도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이 함께 미래를 이어갈 때, 서남권 반도체 팹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갈 지역의 새로운 성장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