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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데스크

추락 직전 통화에 담긴 노동자의 한마디.. "사다리라도 달라"

(앵커)

지난주 담양의 한 제지업체 공장에서
지붕 수리를 하던 노동자 한 명이 추락해 숨졌습니다.

취재진이 이 노동자와 업체 대표가
사고 직전 나눈 휴대전화 대화내용을
입수했는데요.

노동자가 현장이 위험하다며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업체는 호소를 묵살했고
결국 6시간 뒤에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임지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담양의 한 제지업체 공장 지붕입니다.

녹이 슨 푸른 지붕 한켠에 구멍이 뻥 뚫려 있습니다.

"김 모 씨는 이곳 지붕 위에서 낡은 패널을 보수하던 중 10미터 아래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김 씨가 밟고 작업하던 지붕이 무너진 건데
구조대가 도착했을 땐 이미 숨진 상태였습니다.

한편 MBC가 확보한 녹취 파일엔 사고 여섯 시간 전
김 씨가 업체 대표에게
현장이 위험하다고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 김 모 씨/ 숨진 노동자
"사장님, 아유 여기 지붕 다 꺼져버리네. (..)
(..) 이거 완전 녹슬어서 (..) 나 밑으로 가라앉는줄 알았네."

현장에는 추락 위험에 대비해
사업주가 설치해야 하는 안전 그물망 등이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는데,

한차례 지붕에 발을 딛다 떨어질 뻔 했으니
사다리라도 갖다 달라는 김 씨의 요구에 대표의 답변은 무책임합니다.

* 김 모 씨/ 숨진 노동자
"이거 골 때리네. 차라리 사다리 타고 올라오는 것이 훨씬 안전하겠는데요?"

* 공사 용역 업체 대표/ (음성변조)
"그래서 안 돼? (예?) (작업이)안 되냐고. 거기 기둥만 밟아봐."

결국 김 씨는 사다리조차 없이
지붕 위에서 작업을 이어가다 추락했습니다.

해당 보수 공사는 제지업체가 업체에 용역을 맡겨 진행됐는데
김 씨는 용역 업체 소속이었습니다.

노동계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하지 않은 용역 업체는 물론
사업장을 소유한 제지 업체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 이준상/ 민주노총 건설노조 광주전남지부 위원장
"원청에서 기본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상식이죠. (...)
원청에서 상식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들을 책임을 영세한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고."

이에 대해 용역 업체 대표는 '제지 업체 측에 공사 중단을 요구한 사이
김 씨가 임의로 작업을 이어갔다'고 주장했고,

제지 업체 측은 '공사 중단 요청 사실은 확인 중'이라면서
'해당 업체와 자신들은 하도급 관계가 아니'라며 사고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여수 국가산단 공장에서도 난간 설치 작업을 하던 60대 노동자가
안전 장치 없이 추락해 숨지는 등
막을 수 있었던 참사들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은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MBC뉴스 임지은입니다.








임지은
광주MBC 취재기자
시사보도본부 뉴스팀 사회*시민 담당

"아무도 보지 않을 때도 주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