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대통령선거다 군수선거다해서
어수선합니다만
오늘 밤엔 시골에 계신부모님께
안부 전화 한 통화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지금 여러분의 부모님들이 외로워하고 계십니다
윤근수기자가
한 농촌 마을에서 2박3일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곡성 사동리엔 스물아홉 집이 있습니다.
박윤옥 할머니 집도 그 중 하나입니다.
6남매를 뒀지만 다들 도시로 떠나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이웃집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가 놀러와
화투를 함께 쳤습니다.
(이펙트-비 하나도 안들어왔어. 이 놈이라도 먹어야지. 재수가 있든지 말든지)
돈 따먹기도 아니고,
무슨 내기를 걸고
화투를 치는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홀로 지새야 하는 밤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박윤옥)
-이걸 치고 있으면 세월가는 줄 모른당게.
안 치면요? 심심하지 TV나 보고 연속극 기다려
40대 노총각 아들과 함께 산다는
한인애 할머니 방에는
그 흔한 텔레비젼도 없습니다.
밤이면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느라
이리저리 뒤척이는 게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습니다.
(인터뷰-한인애)
-사는 게 남이 사니까 살지...남이 사니까 살어
이 마을 주민 대부분은
혼자 살거나
아니면 부부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젊은이는 마을을 떠나고
노인들은 세상을 떠나고...
그러면서 빈 집도
해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너무 조용해서
'사람이 살고 있나'
궁금할 정도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번은 마을에 활기가 돕니다.
마을 회관에 모인 할머니들이
무슨 잔치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분주합니다.
(이펙트-왁자지껄)
주민들이 함께 먹을 점심을 준비하는 겁니다.
(인터뷰-남옥자)
-할머니들은 혼자 있으니까...혼자 있는 것보다
여럿이 있으니까 맛도 있고....
외로운 노인들이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이튿날 점심 때까지
마을은 다시 고요 속에 잠기고,
그 안에서
노인들의 외로움은 깊어가고 있습니다.
엠비씨 뉴스 윤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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