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대선 후보들은
농촌과 관련된 공약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은
선거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에
기대도 걸어봤지만
사는 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경험 때문입니다.
윤근수 기자
(기자)
사동리 주민들은 다 농사를 짓습니다.
부녀회장 장춘자씨네 집은
그 중에서도
농사를 많이 짓는 축에 낍니다.
농사 욕심에
다른 집 논을 빌려 대신 짓기도 합니다.
수십년간 열심히 일했으니 돈도 제법 벌었겠죠.
(인터뷰-장춘자)
-농사지어서 돈 좀 벌었나요?
아이고, 애기들 가르치고 아들 딸이 6남매랑게
집짓고 나니까 빚만 지고...
여든 다섯살이 될 때까지
평생 농사만 지었다는 오경식 할아버지는
남아 있던 논을 최근에 모두 팔았습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 남은 건 빚더미였습니다.
(인터뷰-오경식)
-농촌엔 빚이 많아.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빚이 많아. 그래서 팔았어.
빚 갚으려고 팔았어요? 갚어야지 어쩌겠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내년부터는 남의 땅이라도 빌려서
농사를 지을 거라고 했습니다.
모두들 은퇴없이 일했지만
가난을 벗지못한 이 마을에도
대통령 선거는 다가왔습니다.
회관 앞에 벽보가 붙고,
후보들의 공약을 담은
선거 공보도 배달됐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눈치입니다.
(인터뷰-오영환)
-옛날부터 농민 속여먹기로 부채 탕감해주니
대선 때마다 그러지만 느끼는 건 아무것도 없어
선거란 선거는 거의 다 지켜봤지만
이런 선거는 처음이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인터뷰-오연수)
-후보가 난립해서 저 난리야. 국가적으로 큰 혼란이야. 나오지 말지 왜 나와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농촌이 더 나아지진 않을 거라는
일종의 체념 같은 것도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땅을 일구고 사는 건
딱히 다른 일이 없기 때문이겠지만,
부족하게 사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장춘자)
-사는 게 그래. 죽으면 끝이야. 정주영 같은 부자도 죽으면 소용없다니까
엠비씨 뉴스 윤근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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