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곧 사라질지도 모르는 경전선에는
매일같이 수십명의 사람들이 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기차를 이용하고 있을까요.
송정근 기자가 경전선 승객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기자)
기차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
따스한 햇빛 속에서
한 80대 할머니가 열차를 기다립니다.
오늘은 매주 한 번,
아들을 만나러 보성에 가는 날입니다.
◀인터뷰▶이길녀
"열차가 저한테는 딱 맞죠. 도착역에서는 걸어서도 갈 만하거든요. 제가 나이가 들어서 무릎이 안좋아서 많이 못걸으니까"
여기 보성행 표를 끊는 또다른 어르신.
집과 멀리 떨어진 수목원을 돌보기 위해
30년 동안 이 열차를 3천 번도 넘게 탔습니다.
◀인터뷰▶김국민
"일주일에도 두 번 차를 타는 경우가 있고
이번주는 내일 올라왔다 토요일에 또 내려가"
경전선이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기차에 오르고,
각기 다른 역에서 탄 자매는
이 열차 안에서 만나 친정으로 갑니다.
20년간 지켜온 자매의 약속입니다.
◀인터뷰▶안광자
"여행을 가느 느낌과 친정에 가는 느낌이 섞여서 들뜨죠. 사라진다고 하면 아쉽죠"
다른 칸으로 건너 가봤습니다.
친정 가는 아기 엄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열차 안이라 아기가 마음껏 버둥대도
엄마는 아이를 천천히 달래줄 수 있습니다.
◀인터뷰▶윤희은
"얘기 데리고 운전하기도 힘들고 버스타기도 힘들고 그런데 기차는 되게 편하거든요 화장실도 갈 수 있고"
지금까지 46년, 1만 6천일을
꼬박 달려온 경전철.
기차가 싣고 달려온 건 사람들의 삶입니다.
MBC뉴스 송정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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